
소리도 불꽃도 없었다. 그러나 전시장 가장 중심에서 '미래의 심장'이 조용히 뛰었다. ADEX 2025 현대로템 부스 한가운데 선 메탄엔진과 덕티드 램제트, 극초음속 이중램제트 엔진 목업은 한국형 팰컨9과 마하6 발사체를 향한 첫 걸음이다. 지상방산 중심 기업에서 항공우주 기술 기업으로의 궤도 전환 가능성을 드러냈다.
현대로템은 이번 행사에서 '지상에서 우주까지,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빌리티 구현'이라는 비전을 담아 전시공간을 채웠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인 지상무기체계는 외곽에 뒀고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품목인 항공우주 및 수소 선시물은 입구와 중앙에 배치했다.

'한국형 스타십·팰컨9' 프로젝트 초석 쌓기
21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메탄엔진 사업은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지상 기반 재사용 우주 발사체용 메탄 엔진 기술' 개발 과제의 일환이다.
메탄은 연소 후 그을음이 없고 기존 연료보다 높은 추력을 낸다. 한 차례 사용하면 버리는 '일회용' 발사체가 아니라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발사체로 사용되는 이유다. 미국 스페이스X의 재사용 엔진 '팰컨9'을 한국형 모델로 만드는 초석을 다지는 사업이다.
우주업계에 따르면 목표 추력은 35톤급이며 목표 궤도는 지구 상공 500㎞다. 액체 메탄과 산화제를 고압·고속으로 압축하는 '터보 펌프'와 발사체에서 불을 뿜는 '연소기'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현대로템은 1994년부터 메탄엔진 개발을 시작해 2006년 국내 최초로 메탄엔진 연소 시험에 성공하는 등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메탄엔진은 이미 글로벌 우주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등 우주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모두 메탄 연료 기반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하6 극초음속 '무적의 창' 엔진 공개
이번 전시에서는 메탄엔진 외에도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극초음속 이중램제트 엔진 등 차세대 추진체들이 함께 공개됐다. 적 중심부를 타격하는 극초음속 유도무기에 탑재 가능한 기술이다.
램제트 엔진은 일반적인 터보제트와 달리 터빈이나 압축기 없이 비행 중 발생하는 충격파로 공기를 압축해 작동한다. 덕티드 램제트는 여기에 덕트 구조를 추가해 공기 흐름을 제어함으로써 효율을 높인 형태다. 이중램제트 엔진은 속도에 따라 램제트(저속)와 스크램제트(고속) 모드로 전환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현대로템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한국형 장거리 공대공 유도무기 시제품 개발' 과제에서 덕티드 램제트 엔진 제작을 맡고 있다. 한국형 극초음속 비행체 '하이코어(HyCore)' 시험비행에서는 목표(마하5)를 초과한 마하6 속도를 달성하며 기술의 실증 가능성을 입증했다.
AI·수소모빌리티로 확장하는 '지상 기술'
현대로템은 항공우주 외에도 AI·수소 기반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함께 선보였다.
대표 전시품은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 모빌리티 플랫폼 '블랙 베일(Black Veil)'이다. 저소음 4륜 구동 구조에 개방형 적재 공간을 갖춰, 전투·수송·정찰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해 직접 탄소배출이 없고 내연기관보다 초기 가속력이 우수하다.
주력 제품군인 차륜형 장갑차에도 수소 플랫폼을 결합했다. 아직 콘셉트 수준에 그치지만 현대차 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전동화 추진시스템을 군용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시선을 끄는 것은 폴란드형 K2 전차(K2PL MBT) 실물이다. 대전차 미사일 등 외부 공격에 물리적으로 대응 가능한 능동방호장치(APS)를 비롯해 드론 재머, 원격무장장치, 특수장갑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차륜형장갑차도 하부 방호력이 강화된 페루형 모델과 함께 야전 지휘용 차륜형지휘소용차량, 의무용 차륜형의무후송차량 등 계열화 모델들이 전시된다. 30톤급 차륜형장갑차도 전시해 맞춤형 차륜형장갑차 라인업 기반의 시장 경쟁력을 알린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지상무기체계부터 항공우주 사업 분야까지의 최첨단 방산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항공우주 기술 역량을 확보해 우리 기술로 K-스페이스 도전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