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대한항공과 방위사업청이 무인비행기(UAV) 납품 지연의 책임을 둘러싸고 벌이는 2000억원대 소송의 2막이 열렸다. 항소심에서는 대한항공 측에 납품 지연의 책임이 있는지, 대한항공이 방사청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용역 계약대금 규모 등의 쟁점이 다뤄질 예정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22-2민사부는 전날 대한항공이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2심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소송은 대한항공 측에 무인항공기 납품이) 늦어진 데 따른 지체상금 책임이 있는지, 대한항공이 방사청으로부터 미지급 받은 용역 계약대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다투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지체상금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기한 내에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물어야 할 손해배상 예정액이다.
재판부는 한 차례 더 변론준비기일을 갖고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12월11일이다.
대한항공과 방사청은 2015년 사단정찰용 UAV 초도 양산사업 16세트 납품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납품이 미뤄지자 방사청은 대한항공에 책임이 있다며 지체상금 2077억원을 요구했다.
방사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대한항공은 2021년 4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자사에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상 목적물의 납품이 지연됐고, 이는 지체상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며 "대한항공의 지체상금은 전부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사청은 "대한항공이 주장하는 지체상금 면제 사유들은 방사청에 귀책이 없다"며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지체는 대한항공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이고, 방사청은 계약의 지체로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됐기 때문에 지체상금의 추가 감액을 주장하는 대한항공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했다.
1심 법원은 대한항공의 청구 일부를 받아들였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는 "이 사건 무인기 개발 사업은 피고(방사청)의 주관으로 진행된 정부 주도 사업으로 피고에 의해 결정 및 확정된 것이고, 무인기 체계 개발 계약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대한항공)가 체계 개발 단계에서 무인기의 설계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다는 사정만으로 설계상 발생한 하자에 대해 계약상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지체상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40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방사청이 납품 대금에서 공제한 금액 중 일부를 대한항공에 돌려주라는 취지다.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항소심에서 다시 사안을 다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