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KT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전체 고객 위약금 면제와 최고경영자(CEO) 연임 여부를 두고 의원들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김 대표는 전체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는 민관합동조사단 결과를 종합 판단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연임 응모 여부는 이사회에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KT는 이날 소액결제 피해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대표는 "합조단과 경찰 수사 결과, 피해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오후 3시 소액결제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안을 공개했다. 소액결제와 정보유출이 확인된 피해 고객들에게 5개월간 100기가바이트(GB) 상당의 무료 데이터를 제공한다. 또 15만원 상당의 통신요금 할인이나 휴대폰 구매금액 할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요금 할인은 월 휴대폰 요금에서 차감된다. 휴대폰 교체 할인은 KT에서 구매한 신규 휴대폰으로 기기변경 시 약정할인 금액에 추가 할인이 적용된다. KT는 관련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보상이 완료될 때까지 24시간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하며, 보상 대상 고객들에게는 11월 첫 주에 추가 문자 안내를 진행한다.
현재 위약금 면제 대상은 실제 소액결제 피해를 본 고객 2만2227명으로 한정돼 있다. 의원들은 피해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보상안을 전체 고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텔레콤(SKT) 사례를 들며 KT를 압박했다. SKT는 올해 4월 유심(USIM) 해킹 사고로 2696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회사의 귀책사유를 인정해 전체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가 이뤄졌다.
이 의원은 "SKT는 2500만명 정보가 유출됐지만 실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 위반을 인정해 모든 번호이동 고객의 위약금을 면제했다"며 "KT는 2만2000여명의 실제 피해가 확인된 만큼 다른 가입자들이 불안감에 번호이동을 한다면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따졌다. 김 대표는 "말씀하신 부분을 추후 결정할 때 고려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위약금을 면제하게 되면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 고객 유심칩 교체를 검토하겠다고 하고 말이 없다"며 "전체 고객 보상안도 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전체 고객 유심 교체를 위한 여러 준비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지난번처럼 줄을 서거나 불편을 초래하면 안 되기 때문에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4일 이사회에서 의결하면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고객 대상 보상안에 대해서는 "위약금 면제 관련은 조사 결과와 피해 내용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KT는 지난 8월부터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통한 소액결제 해킹 사고를 겪었다. 최종 피해자는 368명, 피해액은 2억4000만원에 달한다. 불법 펨토셀에 접속한 고객은 약 2만2000명으로, 이들의 전화번호와 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식별번호(IMEI)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KT의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계약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KT가 MS와 2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며 "미국 클라우드 액트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원하면 모든 정보를 줄 수 있어 데이터 주권 침해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MS와 계약할 때 데이터는 전부 국내 리전에 있고, 망에 관련된 데이터는 고객이 가지고 관리하게 되어 있다"며 "미국이 요구해도 고객 데이터를 건드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대표의 연임 여부를 직격했다. 최 의원이 "새 CEO 선임에 나설 것인가"라고 묻자, 김 대표는 "11월 초 새 대표를 뽑는 절차가 시작된다"며 "경영의 총체적 책임은 CEO에게 있어 합당한 책임이 마땅하다"고 답했다. 응모 여부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고 곧 이사회에서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최 의원이 "책임을 지겠다는 건가"라고 재차 묻자, 김 대표는 "책임은 져야 마땅하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