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컬리뷰티페스타 2025’는 평일 낮시간임에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방문자들은 설렌 표정으로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제품을 체험하고, 이벤트로 받은 사은품을 전용가방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그들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 여정에서 작은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10월30일부터 11월2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컬리뷰티페스타 2025는 올해로 2회째다. 컬리가 엄선한 60개 뷰티 브랜드가 참여해 각사의 정체성과 대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오전(10시~14시)과 오후(15시~19시)로 나눠 운영된다.
컬리는 올해 행사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도입해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뷰티 플랫폼 시장에서 단독유통 브랜드와 전용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지난해보다 한층 정교해진 프리미엄 큐레이션 경험을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참여 브랜드 수는 지난해의 94개에서 60개로 줄였고, 방문객 규모도 2만명에서 1만6000여명으로 제한했다. 컬리 관계자는 “일반 팝업스토어는 관람객 수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컬리는 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브랜드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동선을 최적화하고 운영 밀도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스 구성에서도 큐레이션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인디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를 구분했지만 올해는 ‘세레니티’ ‘바이털리티’ ‘헤리티지’ ‘센시스’ '레디언스' 등 다섯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혼합 배치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순간’이라는 슬로건 아래 브랜드 철학과 제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뷰티 팝업스토어를 자주 방문한다는 20대 여성 A 씨는 “넓은 실내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었고 평소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도 많아 만족도가 높았다”며 “사은품 구성도 알차다”고 말했다. 함께 방문한 B 씨는 “얼리버드 가격 3만5000원에 입장했는데 그 이상으로 다양한 제품과 행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컬리 ONLY' 직접 눈으로
이번 페스타는 단순한 체험전을 넘어 컬리의 ‘컬리 온리(Kurly Only)’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무대다. 참가 브랜드 60개 중 약 40개는 오프라인 행사에 처음 참여했으며 SK-II·유세린 등 절반 이상이 새로 합류한 브랜드다. 이는 CJ올리브영, 쿠팡, 무신사 등 타사의 뷰티 페스티벌과 차별화한 구성이다.

특히 로레알그룹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수티컬즈’가 국내 오프라인 행사에 처음 등장해 주목받았다. 노화방지 항산화 기술로 잘 알려진 이 브랜드는 그동안 백화점과 면세점 등 고급 유통채널에 집중해왔다. 이에 컬리가 신선식품 배송으로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뷰티 영역으로 확장해 고가 브랜드 유치에서도 신뢰를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컬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독구성 상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컬리는 플랫폼에 자사의 단독유통 상품을 별도로 구성한 ‘컬리 ONLY 존’을 운영하는데, 이를 오프라인 공간에 재현해 소비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서도 다수의 브랜드가 컬리 단독 론칭 제품임을 적극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라로슈포제는 입구에 컬리에 단독 선론칭한 기미·잡티 케어 세럼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컬리 앱에서 단기간에 매진되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알렉스코스메틱 역시 이번 행사에서 뷰티컬리 전용 신제품 4종을 새롭게 선보이며 단독 라인업을 강화했다.

단독 경쟁력, 플랫폼 방문으로 이어져
단독상품 전략은 과열된 뷰티 유통 경쟁에서 플랫폼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커머스가 빠른 배송과 쿠폰 등 기본적인 경쟁력을 이미 갖춘 만큼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적 상품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가 된 것이다. 실제로 '컬리 온리'뿐 아니라 올리브영의 ‘ONLY 올리브영’, 무신사의 ‘오직 무신사뷰티’, 지그재그의 ‘직잭픽’ 등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통채널별로 단독상품을 운영하는 전략은 브랜드에도 기회가 된다. 독점상품은 소비자의 주목도를 높여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고하며, 브랜드 충성도와 재구매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K뷰티의 글로벌 확산과 인디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빠른 배송과 가격 중심의 경쟁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제는 유통채널과 콘텐츠를 함께 갖춘 상품이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독·선론칭·자체브랜드(PB) 상품이 많을수록 소비자는 플랫폼에 머무르게 되고 브랜드는 노출과 매출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