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이 1년 만에 대표이사(CEO) 체제를 재편했다. 지난해 유정준·이석희 각자대표 체제에서 북미시장 공략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제조 전문경영인인 이용욱 사장을 새로 투입해 내실을 강화하는 기조로 선회했다. 대외확장 중심이던 경영 축이 내부효율화와 생산안정화로 옮겨가면서 SK온이 성장 이후 체질개선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이달 30일 사장단인사에서 이용욱 SK실트론 대표이사를 SK온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유정준 부회장은 SK온을 떠나 그룹의 북미사업을 총괄하는 SK아메리카스 대표를 맡게 된다. 이에 따라 SK온은 이석희·이용욱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이번 인사의 방향성은 뚜렷하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대외 네트워크에 강한 유 부회장을 전면에 세웠다면 올해는 제조와 현장 중심의 내실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외형 확장보다는 생산효율과 실행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이다.
이용욱 사장은 제조·운영 중심의 현장형 리더다. 그는 SK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경영전략과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등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제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역량 강화와 공급망관리(SCM) 최적화,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 사업구조 확립 등을 이뤄내 SK온의 중장기 성장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맡게 됐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원가 부담이 맞물린 상황에서 그룹이 제조 전문 CEO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생산효율성과 실행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석희 사장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고객관리 강화와 연구개발(R&D) 기술혁신을 담당한다. SK온의 주요 사업무대가 북미로 이동한 만큼 글로벌 고객과의 파트너십, 현지 합작법인 운영, 정책 대응 등 대외전략과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사실상 북미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총괄형 CEO로 재배치된 셈이다.
이로써 SK온은 운영형 리더와 대외전략형 리더가 공존하는 투트랙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석희 사장이 여전히 CEO로서 기술·전략 축을 담당하지만 생산과 실행의 주도권은 이용욱 사장에게 옮겨간 셈이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조직 보완을 넘어 SK온의 사업체질을 재정비하려는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급격한 외형성장기를 거친 SK온은 최근 생산효율 저하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이에 그룹은 기술과 운영 간 균형을 맞추고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이석희 사장의 전략형 리더십과 이용욱 사장의 제조형 리더십을 병렬한 구조적 리밸런싱"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술 중심의 단일 리더십에서 제조 중심의 분권형 체제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