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전경 /사진 제공=현대카드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전경 /사진 제공=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여신 업계의 둔화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뒀다. 빅3 카드사(삼성·신한·현대카드)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을 늘리면서다. 단기 실적 이상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구축해온 '데이터 중심 경영' 기조가 구체화됐고, 이를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이사가 현장에 접목시키며 성과를 시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3분기 단독 기준으로는 895억으로 17.3% 증가했다. 대부분 카드사가 수익성 둔화와 대손비용 부담으로 순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현대카드는 이익 규모와 건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수익(이자·수수료 등 합산)은 2조7464억원, 영업이익은 328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익 구조의 질이 개선된 것이 눈에 띈다. 고위험 자산 비중을 조절하고 신용판매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결과다.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금융상품 취급액은 10조300억원에서 9조9672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신용판매 취급액은 132조6253억원으로 전년(123조1887억원)보다 7.7% 증가했다.

이자수익은 1조2423억원으로 12.5% 늘었고, 카드수익은 1조3034억원으로 1.8% 커졌다.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며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결제 본업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고정한 셈이다.

연체율은 0.79%로 직전 분기(0.84%)보다 0.05%p 낮아졌다. 대손비용은 33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 늘었지만, 선제적으로 충당을 쌓은 영향이어서 자산건전성 지표 자체는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비용은 2조4177억원으로 8.1% 증가했다.

회원 구조의 변화도 확인된다. 9월말 기준 본인회원 수는 1261만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36만명 늘었다. 단순 가입자 확대가 아니라 프리미엄 회원 중심의 '질적 성장'이 뚜렷했다. 연회비 15만원 이상 고급 카드 회원 비중은 3.2%에서 3.4%로 높아졌다. 올해 3월 선보인 '부티크' 카드와 9월 재출시된 '알파벳 카드'가 이 흐름을 이끌었다. 여행·패션·푸드 등 소비군별로 상품을 쪼개 고객당 이용 금액과 유지율을 함께 끌어올린 것이 적중했다.

현대카드의 최근 분기별 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현대카드의 최근 분기별 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이 같은 상품·고객 전략은 정 부회장이 수년간 강조해온 '데이터 기반 라이프스타일 금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현대카드는 카드 이용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군별 혜택 구조를 최적화하고, 데이터랩을 중심으로 개인화 모델을 고도화해왔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용위험 평가·고객 세분화·마케팅 효율 분석을 통합한 데이터 플랫폼은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 축으로 작동했다. 고객 결제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대손위험을 조기 인지하고, 소비 성향별 리워드 구조를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매출 확장을 동시에 달성했다.

'데이터 전략'이 단순한 분석 도구가 아니라 경영의 실질적 의사결정 체계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방향성과 조 대표의 실행력이 맞물리며 효과를 낸 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관리 체계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조 대표는 상품·마케팅·고객관리(CLM)를 두루 거친 실무형 인사로 7월 임시주총과 이사회에서 정 부회장과의 각자대표 체제를 공식화했다. 리스크관리에 강점을 보이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분기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과 우량회원 비중 확대 전략을 실무에서 주도했다. 본업 강화와 리스크 억제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2020년대 초부터 추진한 데이터 기반·차별화 전략이 기술적 단계에서 실제 영업성과 단계로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환경에도 연체율을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터 기반 리스크 모델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상품 전략과 프리미엄 회원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로 업권 내 유일하게 3년 연속 세전이익 성장을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건전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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