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신작이 어떤 전략과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엔씨소프트가 생존을 건 승부수를 던진다.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이 10년 이상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최근 2년 새 매출이 감소했다. 회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이달 19일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출시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는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고 회사를 살려낼 핵심 카드다.
리니지 의존도 낮추고 R&D 비중 늘려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리니지 IP에 집중돼 있다. 회사는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블레이드 앤 소울2', '배틀크러쉬(얼리액세스)', 'TL(쓰론앤리버티)' 등 다양한 IP의 게임들을 선보였지만 출시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의 매출 합계 비중은 2022년 약 73%에서 2024년 약 58.27%로 감소했다. 최근 4개 분기(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 동안에도 51.8~61.9%(평균 56.7%)를 차지하며 '매출의 50% 이상이 리니지'라는 구조는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의 분기별 평균 매출은 2000억원으로, 매출 대비 평균 57%를 차지했다.
회사가 10년동안 개발한 TL은 출시 초반의 흥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동시접속자가 줄어 서버 통합까지 진행됐다. '비즈니스모델(BM) 피로감'과 '콘텐츠 부재'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TL 부진은 실적에도 반영됐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4분기 영업손실 1294억원, 순손실 76억원을 기록했다. 연 매출은 1조5781억원(전년 대비 –11.3%)으로, 2022년(2조5242억원) 대비 약 37% 감소했다.
올해 들어 매출은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적자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매출은 3823억원, 당기순손실은 359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는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이다. 연구개발비는 2022년 4582억원에서 2024년 4264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18%에서 27%로 오히려 상승했다. 전체 임직원 4800여명 중 약 3300명이 개발 인력으로,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높은 69%의 개발직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신작 부진 속에서도 R&D 집중도를 높인 상황이다.

13년 만의 정통 후속작
엔씨소프트는 이달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를 통해 '아이온2', '브레이커스', '타임테이커즈', '신더시티' 등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아이온2다.
아이온2는 2008년 출시된 원작 '아이온'의 IP를 바탕으로 한 후속작이다. 회사가 1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아이온2는 9월11일 사전예약을 시작으로 10월16일 서버·캐릭터명 선점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달 16~18일 3일간 PC 사전 다운로드 및 캐릭터 생성을 받고, 19일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에 출시된다. 사전예약 보상으로는 펫 선택 상자·10만 키나 상자가 제공된다.
아이온2는 모바일·PC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한다.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오픈월드와 비행 전투 시스템을 갖췄다. 핵심 콘텐츠는 이용자간대결(PvP) 필드 '어비스'다. 종족 간 제약 없는 경쟁 필드에서 필드보스·아티팩트·어비스 포인트를 두고 실시간 전투가 벌어진다.
특히 아이온2는 과금을 부르는 기존 리니지식 BM을 탈피해 '날개·펫·스킬 등 뽑기 없는 BM'을 강조한다. 리니지 시리즈의 핵심 수익원이던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줄이고, 콘텐츠 중심 구조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는 게임 내 화폐 '키나' 전용으로 운영되며, 유료 재화 교환 기능도 지원한다.

아이온2 성공 여부에 쏠린 눈
증권가는 아이온2를 엔씨소프트의 실적 반등과 신뢰 회복의 '키'로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아이온2가 흥행할 경우 연매출 4000억~1조원의 추가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전망 매출의 경우 2026년 예상 매출 2조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IBK는 콘텐츠 중심 BM이 글로벌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영업이익 376억원(흑자전환)을 예상했다.
키움증권도 아이온2의 흥행을 예상했다. 김진구 키움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이달 19일 한국과 대만에 '아이온2'를 동시 출시하고 내년 3분기 서구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87만명, 평균 과금액 및 전환율을 가정할 때 초기 매출은 약 3812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아이온2의 성과는 엔씨소프트에게 무척 중요하다. 최근 1년간 영업손실 1092억원, 매출 1조5781억원(전년 대비 –11%)을 기록한 가운데, 아이온2마저 부진하면 적자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이온2는 약 7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친 작품이다. 업계는 약 1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회수하지 못하게 될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인건비·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다시 늘며 구조조정·부서 통폐합·M&A 등 효율화 압박도 이어질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사업 전문성 제고를 명분으로 QA, SW 개발, TL 사업부문, LLL 사업부문, AI 서비스 연구 부문 등을 독립 법인으로 물적분할하는 대규모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온2가 실패하면 매출 타격뿐만 아니라 연속 영업적자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신작 개발 및 라인업에도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