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수 하나카드 사장 /사진 제공=하나카드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 /사진 제공=하나카드

하나카드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건전성과 외형을 동시에 지켜냈다. 경기둔화와 소비위축에도 연체율을 안정 구간으로 낮추고,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견조한 이익기여도를 유지했다.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이 취임 이후 비중을 둔 ‘트래블로그’와 ‘법인카드’ 중심 전략이 실제 수익 구조에 반영되면서 여신 위주의 전통 카드사업이 결제·데이터 기반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6일 하나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순이익은 598억원으로 직전 분기(557억원)보다 7.4% 증가하며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하나카드의 분기별 순이익은 △1분기 545억원 △2분기 557억원 △3분기 598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678억원)과 비교하면 11.8%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1700억원으로 전년동기(1844억원)보다 7.8% 줄었다. 가맹점 수수료 조정, 대손비용 증가 등 부담 요인이 있었지만, 해외결제와 법인 부문의 성장세가 외형을 지탱하며 감소 폭을 최소화했다.

건전성은 개선됐다. 3분기 기준 연체율은 1.79%로 2분기(1.96%) 대비 0.17%p 하락했다. 전년동기(1.82%)와 비교해도 소폭 낮아졌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고위험 자산 축소와 중신용 이상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트래블로그와 법인카드의 '투트랙 전략'이다. 먼저 트래블로그는 출시 3년 반 만에 가입자 900만명을 넘어섰고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누적 환전액은 5조원을 넘겼다. 외화계좌·환전·보험·숙박예약·여행자금 관리까지 통합한 여행금융 플랫폼으로 확장되면서 단순 카드상품을 넘어 독립적인 이용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하나카드의 최근 분기별 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하나카드의 최근 분기별 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금융권에서는 트래블로그가 해외결제와 여행 관련 서비스를 흡수한 만큼 고객 록인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결제수수료뿐 아니라 데이터·제휴 기반 수익으로도 확장된 점이 하나카드 수익구조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하나카드는 해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 41.7%로 카드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에 환율변동성이 큰 시기에도 거래량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외화결제 수익원이 확보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또 하나의 축인 법인카드 부문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9월 누적 기준 하나카드의 법인카드 결제액은 13조6582억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점유율은 16.2%로 KB국민카드에 이어 업계 2위다.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일반경비와 출장비 중심으로 결제가 늘었고 대기업·공공기관 위주의 저위험 고객군 확대가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트래블로그와 법인카드의 투트랙 전략은 단순 상품 경쟁을 넘어 하나금융그룹의 구조적 체질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카드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6493억원)에서 수수료이익(2548억원)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비은행 계열사의 누적 순이익 5890억원 중 하나카드의 기여도는 28.9%에 이른다. 은행 부문이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이 조정되는 상황에서 하나카드는 결제 중심 사업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며 '비은행 효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트래블로그·법인카드가 공통적으로 '이동 기반 소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향후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행·출장·해외결제 등 고부가 소비 데이터는 그룹 차원의 데이터금융, 개인·기업 마케팅 전략, 글로벌 결제 플랫폼 확장 등과 연계할 수 있는 자산으로 여겨진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트래블로그 중심의 해외 이용액 성장,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해외카드 매입액 증대, 1등 사업으로 지속 성장 중인 법인카드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고효율 진성 영업, 다양한 신사업,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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