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가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가 장기화되면서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전반적인 소비자층이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제공=미 노동부
/사진 제공=미 노동부

7일(현지시간) 미시간대학교는 11월 소비자태도지수 잠정치가 50.3로 전월 대비 6%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최저치다. 또 시장 전망치인 52.3도 밑돌았다. 

소비심리 하락은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을 불문하고 전 계층에 걸쳐 나타났다. 또 연령과 소득 수준별로도 고르게 퍼졌다. 

미시간대 소비자조사센터의 조앤 수 소장은 “연방정부 셧다운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셧다운은 이날로 역대 최장기인 38일째를 기록하고 있다. 셧다운의 영향으로 수백만개의 저소득층 가구가 식품보조금 등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수십만명의 연방 공무원은 무급휴직 중이거나 급여 없이 근무 중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연방 공무원인 항공관제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날부터 미국 40개 공항에서 항공편 운항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최대 10%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날만 700개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의 다니엘 호눙 연구원은 “셧다운은 대체로 짧게 끝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편이며 정부가 재가동되면 경기도 회복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처럼 장기화할 경우에는 보다 의미 있는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플레이션도 5년 가까이 높은 수준에 유지돼서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미시간대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10월 4.6%에서 11월 4.7%로 상승했다. 반면 향후 5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6%로 전달의 3.9%에서 다소 낮아졌다.

이번 보고서에서 고소득층은 여전히 호조를 누리는 반면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돼 미국이 이른바 ‘K자형 경제’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시간대는 “주식시장의 지속적 강세 덕분에 주식 보유액이 큰 소비자들의 심리는 오히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흐름은 컨퍼런스보드의 지난주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부대표는 “소득 상위 20% 가계가 소비의 40%를 차지하며 올해는 주식시장 호조로 인한 부의 효과가 더욱 강해졌다”며 “이는 미국 소비자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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