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그룹 CEO세미나'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그룹 CEO세미나'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그룹

SK그룹이 운영개선(Operation Improvement·O/I)을 경영의 핵심축으로 끌어올렸다. 단순한 비용 효율화를 넘어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Operational Excellence)을 한층 강화해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청사진이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60여명은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5 CEO세미나'에서 "OI를 통한 근본적 경쟁력 강화 없이는 AI 전환도 성공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CEO 세미나는 SK그룹이 경영 전략 구상을 위해 매해 10월 여는 행사로,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 3대 희의'로 불린다. 올해 CEO세미나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OI가 어려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며 "OI를 하려면 회사와 사업에 갖춰진 프로세스(절차)를 '잘 만들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적인 바탕 없이 AI 전환을 추진하게 되면 이는 실패를 맞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 5∼10년간의 프로세스를 재점검해보면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을 기술보다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에서 찾았다. 도메인 지식이란 본업에서 축적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의미한다. 그는 "도메인 지식이 없는 상태로 AI만 도입해서는 일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도메인 지식을 갖춘 상태가 되어야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AI를 별도 기술이 아닌 각 사의 본업 역량과 결합된 생산성 혁신 도구로 인식하라는 메시지다.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사업 구조의 재정의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그룹의 전략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SK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룹의 주력인 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경쟁력을 축으로 통신(SK텔레콤)·에너지(SK이노베이션)·투자(SK스퀘어) 등 핵심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은 OI를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를 넘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를 통해 AI 대전환기에도 성공적이면서도 빠르게 대응하고 국가경제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지속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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