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스카이라이프가 신상품 '아이핏TV'로 침체된 유료방송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출시 4개월 만에 확보한 가입자의 70% 이상이 순수 신규 고객으로 기존 위성방송 가입자를 대체하는 게 아닌 시장 확대 효과를 입증했다. 신상품 효과로 매년 수십만명씩 빠져나가는 가입자 감소세가 둔화하고 내년에는 순증을 노리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0일 KT스카이라이프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3.3% 늘었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122억원으로 476.5% 증가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164억원, 당기순이익 1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53.4%, 50% 뛰었다. 매출은 연결 기준 2469억원으로 3.9% 줄었다.
조일 KT스카이라이프 경영계획총괄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아이핏TV 출시 이후 11월7일 기준 7만7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며 "이 중 70% 이상이 신규 가입자로 기존 위성방송 고객을 옮긴 게 아니라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출시 직후인 올해 2분기 말 올해 아이핏TV의 가입자 목표로 8만명 규모를 제시했는데 3분기만에 목표치에 근접하는 성과를 냈다. 회사가 예상하는 아이핏TV 손익분기점은 가입자 30만명 규모다.
이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과다. 케이블TV와 인터넷(IP)TV 업계가 가입자 이탈에 허덕이는 가운데 KT스카이라이프는 순수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며 시장 확대에 성공한 셈이다. 올해 7월 출시된 아이핏TV는 KT의 IPTV 인프라를 활용한 방송 서비스로, 도서·산간 중심인 위성방송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월 2만원대 초반의 합리적 가격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층을 사로잡았다.
가입자 추이도 가파르다. 7월 6509명으로 시작해 8월 2만9538명, 9월엔 5만3150명으로 급증했다. 조 부사장은 "연말까지 10만명 이상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이핏 TV 효과는 전체 방송 가입자 감소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위성방송과 IPTV를 결합한 상품(GTS) 가입자는 2023년 20만명, 2024년 12만명이 빠졌지만, 올해는 7만6000명 수준으로 감소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월평균 6000명씩 줄었던 위성방송 가입자 순감도 3분기 들어 급격히 개선됐다. 조 부사장은 "내년 초쯤 되면 아이핏TV 순증이 위성방송 순감을 커버하고 전체 TV 가입자 순증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인터넷 사업도 질주 중이다. 아이핏TV가 인터넷 결합 상품으로 판매되면서 인터넷 가입자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3분기 인터넷 가입자 순증은 2만8775명으로 전년 동기 1만1189명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1월 7일 기준 인터넷 가입자는 57만5000명을 넘어섰다. 조 부사장은 "작년엔 월 단위 모객 규모가 1만200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만8000명으로 늘었고 내년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이익 급증에는 일회성 요인과 구조적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 증가는 대부분 일회성이다. 지상파 프로그램사용료 협상이 회사에 유리하게 타결되면서 1·2분기 임시 정산 금액과의 차액을 3분기에 소급 정산한 효과다. 조 부사장은 "이 일회성 효과를 제외하면 별도 실적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연결 기준 이익 개선은 구조적 변화가 컸다. 자회사 KT ENA가 콘텐츠 투자 방식을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전환하면서 상각비가 전년 동기보다 94억원 줄었다. 조 부사장은 "2023년 1000억원, 2024년 700억원 수준이던 ENA 콘텐츠 설비투자를 올해 620억원으로 완화할 것"며 "양질의 콘텐츠는 기존 수준 이상 유지하면서 투자 부담을 낮추는 구조로 바꿨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있을 전망이다. 조 부사장은 "아이핏TV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모으는 초기에는 마케팅 비용과 셋톱박스 비용 등 선투자 부담이 일시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