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보험공사가 차기 사장 공개 모집에 착수하면서 후임 인선 작업이 본격화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사장 후보 지원서를 접수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어 공모 일정을 확정했다.
임추위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다음 달 중 복수 후보를 금융위원회에 추천할 전망이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이달 10일부로 임기는 만료됐지만, 후임 선임 전까지 현직 사장으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예보 사장 임기는 3년이며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부총재와 함께 금융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금융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핵심 기구에 자리하는 만큼 사장 교체는 단순한 기관장 인사를 넘어 정책적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그간 예보 사장 자리에 기획재정부·금융위 출신이 주로 기용된 만큼, 최근 금융위 1급 승진·퇴직 인사 가운데 일부가 자연스럽게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에서 최근 내부 인사가 발탁된 흐름이 감안해, 예보에서도 내부 출신 사장 가능성이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예보 인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관 자체의 성격보다 올해부터 본격 적용된 제도 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9월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예보의 지급 여력과 기금 관리 부담이 크게 커졌다.
보호 한도가 두 배로 늘어난 만큼, 예보가 사고 금융기관을 정리하거나 예금 지급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의 규모도 커졌다. 보호한도 확대는 예금 이동 가능성, 업권별 리스크 재배분 등 금융시장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어떻게 관리할지 역시 예보의 몫이다.
이에 예보는 예금보험기금 목표규모와 예금보험료율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예보료율은 금융사들이 매년 분담하는 비용으로, 보호한도 상향 이후에는 업권별 분담 구조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동시에 제기됐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예보료 부담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또한 예금 집중이 가속할 경우 실질 위험 부담은 시중은행으로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면서 차등 구조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험업계는 책임준비금까지 예보료를 매기는 현행 구조에서 요율이 재산정되면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금 목표 규모 조정 역시 새 사장의 핵심 과제가 될 공산이 크다. 예금보험기금은 금융사의 위기 상황에서 예금을 지급하거나 부실을 정리하는 데 투입되는 실질적 안전망이다. 보호 한도 상향은 기금 확충 속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데, 어느 수준을 ‘적정’으로 볼지 판단은 정책적 선택과 업권 부담 조정이 동시에 요구된다.
예보는 이미 연구용역을 발주해 기금 규모·충당 속도·업권별 리스크 변화를 검토 중이며, 새 사장이 해당 결과를 어떻게 정책화할지가 금융권의 관심사다. 결국 이번 인선은 제도 변화와 비용 배분 구조 재정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새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정책 결정을 압축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보호한도 상향을 통해 예금자 신뢰를 높이는 방향은 정해졌다. 다만 그에 따른 비용 배분을 어떻게 설계할지, 업권별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지, 기금 확충의 속도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지는 아직 남은 숙제로 거론된다.
앞서 예보는 "업권 부담을 감안해 새로운 예보료율은 2028년부터 납입되는 예금보험료에 적용할 방침"이라며 "소비자 부담 등 우려도 있는 만큼 연착륙을 위한 시기를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