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부광의 덩치를 키우는 게 최우선입니다. 지주사 전환 역시 계획대로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동작구 소재 부광약품 중앙연구소에서 '부광약품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및 전략 발표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말했다. 유예기간 연장으로 당장 급하지 않은 지배구조 이슈보단 부광약품 자체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체 성장의 핵심엔 콘테라파마를 꼽았다. 최근 빅파마와 연구협약을 체결하며 핵심 파이프라인인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우현 OCI 회장, 최대주주 책임 다할 것
부광약품이 외형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면서 최대주주 OCI그룹의 지분 확보 이슈도 다시 시장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장 증설과 파이프라인 재편 등 공격적 투자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한 OCI의 향후 행보가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맞물려 핵심 변수로 떠오른 분위기다.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인수한 건 2022년 2월이다. 기존 태양광·화학산업에 더해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당시 OCI는 부광약품 주식 773만334주를 총 1461억원에 취득하며 지분 10.9%를 확보한 바 있다.
인수 이후에는 지주사 요건 충족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OCI가 부광약품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어떤 시점과 방식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지가 줄곧 관전 포인트였다. 최근엔 지주사 요건 유예로 2027년 9월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OCI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늘릴지는 여전히 시장의 관심사다. OCI는 올해 부광약품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7월 17일 기준 지분율은 17.1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주사 요건 충족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현재 이제영 대표는 OCI그룹 내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다. 다만 OCI 재직 시절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주요 사업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인물로, 그룹 내부에서는 '바이오 전환을 총괄할 핵심 라인'으로 꼽혀온 인사다. 이우현 회장의 바이오 전략 구상과 맞물려 부광약품 경영을 맡게 된 만큼 사실상 '특임을 받고 내려온 인물'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현장에서 <블로터>와 만난 이 대표는 "지주사 요건 충족 시한이 2027년 9월로 연장됐다"며 운을 뗀 뒤 OCI의 대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을 이어갔다. OCI홀딩스 전략기획실장 출신인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부광약품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조직 재정비와 신약개발 전략 전환을 이끌어 왔다.
그는 그러면서 OCI가 남은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지분 확보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이우현 OCI 회장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여전히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OCI가 최대주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부광약품의 지주사 전환 역시 계획대로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광약품 스케일업이 최우선

이 대표는 지배구조 정리보다 부광약품의 몸집을 키우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장 지주사 전환 후 일까지 생각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지금 노력하는 건 부광의 덩치를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파트너십을 논의할 때 상대 측이 가장 먼저 묻는 게 매출 규모"라고 덧붙였다.
부광약품이 최근 공장 증설과 파이프라인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외형 확대 일환이다. 회사는 올 3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893억원의 자금 조달을 확보한 뒤 공장 증설 등 생산설비 확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단기적으로 바라보는 매출 목표선은 3000억원이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601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현 생산력(CAPA)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현 공장 규모는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딱 1600억원 수준의 매출 밖에 못 낸다"며 CAPA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약개발 자회사인 콘테라파마의 분사 계획도 '스케일업' 전략과 맞물려 있다. 2010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콘테라파마는 부광약품이 지난 2014년 11월 34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한 회사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파킨슨병 치료제 'CP012'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콘테라파마 내 리보핵산(RNA) 치료제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 법인을 세우고 각 사업 트랙에 맞는 투자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콘테라파마 분사 결정의 핵심은 자금 유치 효율화에 있다"이라며 "CP012와 RNA 플랫폼을 한 조직에서 관리하니 투자금 배분 과정이 비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 치료제에 관심을 둔 글로벌 VC나 제약사는 RNA 사업으로 투자금이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반대로 RNA 플랫폼 투자자는 파킨슨 분야로 자금이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행복한 고민이지만 두 분야의 투자 성향이 워낙 달라 망설임이 반복됐다"며 "사업을 분리해 투자자들을 더욱 빠르고 명확하게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