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오위즈 판교타워와 회사 로고 /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오위즈 판교타워와 회사 로고 /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네오위즈가 중국·홍콩 현지 법인을 정리하고 대만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며 중화권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중국의 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직접 법인 운영 대신 현지 파트너 협업과 대만을 전초기지로 삼는 방향으로 전략을 트는 모양새다.

 

중국·홍콩 법인 잇따라 청산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오위즈는 올해 3분기 홍콩 소재 법인 '네오위즈게임즈 아시아(Neowiz Games Asia Co., Ltd.)'를 청산했다. 이 법인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중국 사업 환경 악화와 함께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청산이 이뤄졌다. 

지난해 2분기에는 중국 현지 법인인 '네오위즈게임즈 차이나(Neowiz Games China Co., Ltd.)'가 청산됐다. 2008년 설립 이후 17년간 유지해 온 중국 법인을 접은 것이다. 네오위즈게임즈 차이나는 설립 당시 현지 게임서비스를 목표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네오위즈의 중국·홍콩 법인은 중국의 판호 제도 강화와 자국 게임 우선 정책 등으로 외국계 게임사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수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판호는 게임 내용과 과금 구조, 청소년 보호 기준 등을 심사한 뒤 중국 정부가 부여하는 공식 허가 번호다. 판호가 없으면 게임 출시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네오위즈 중화권 법인 청산·설립 역사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강준혁 기자
네오위즈 중화권 법인 청산·설립 역사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강준혁 기자

 

다만 네오위즈가 중국 진출을 접은 것은 아니다. 현지 게임사들의 성장 등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를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매체 금융계(金融界)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의 총 매출 규모는 1680억 위안(약 35조원)이었다.

네오위즈는 중국 판호 확보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2월 힐링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가 판호를 받았다. 올해 5월에는 같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고양이와 스프:마법의 레시피'도 판호를 취득했다.

 

대만, 중화권 테스트베드 될까

중국·홍콩 법인 청산과 동시에 네오위즈는 대만을 새 거점으로 세웠다.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네오위즈는 '네오위즈 타이완(NEOWIZ TAIWAN LTD.)'을 올해 3분기 신규 설립해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이 회사의 사업 목적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이다. 네오위즈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대만의 비즈니스 정보 플랫폼 '대만기업정보망'에 따르면 네오위즈 타이완의 현지 법인명은 '신위지유유한공사(新維智遊有限公司)'로 타이베이시 신이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법인 대표는 왕커창(王可昌)이며 설립 승인일은 올해 6월27일이다.

대만은 게임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을 향한 테스트베드이자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중국과 동일한 중화권으로서 언어·문화적 장벽이 낮고 중국과 달리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해 서비스를 시험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만 자체로도 인구 2300만명 규모의 시장이 견조해 독립된 거점으로서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네오위즈 입장에서는 규제가 강한 중국에서 직접 법인을 운영하는 대신 대만 법인을 통해 중국어권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중국 내 사업은 판호를 확보한 타이틀 중심으로 현지 퍼블리셔와 손잡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특히 네오위즈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은 핵심 IP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권역별 팬덤 기반을 강화하고 게임을 넘어 IP·콘텐츠·라이선스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네오위즈는 유럽, 북미, 일본, 중화권(아시아) 등 주요 권역에서 대응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만 법인 설립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화권은 PC·콘솔과 서브컬처 장르 전반에서 게임·애니메이션 기반의 IP 소비 성향이 매우 활발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투자·소싱 관점에서도 중화권 개발사의 경쟁력이 높아,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장과 신규 IP 확보의 주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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