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노동시장 약세 위험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금리 방향을 두고 연준 내 의견이 크게 갈리는 가운데 윌리엄스가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 입장을 보인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윌리엄스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단기적 추가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윌리엄스는 “통화정책이 다소 긴축적이라고 보지만 최근 조치들 이후 이전보다는 덜 해졌다”며 “정책 스탠스를 중립 범위에 더 가깝게 조정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의 두 가지 목표 달성 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연준 내에서는 노동시장 둔화 위험을 이유로 인하 여지가 있다고 보는 입장과 추가 완화가 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크다는 쪽으로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윌리엄스는 “노동시장이 식으면서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커졌고 동시에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은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로 인한 2차 효과에 대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기조적 인플레이션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연준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완화 진전이 관세 등으로 “멈춘 상태”라고 평가했지만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덕분에 물가가 2027년까지 연준 목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윌리엄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필립 제퍼슨 부의장과 함께 연준 리더십의 ‘핵심축’으로 여겨져 그의 발언은 특히 주목받는다. 또 FOMC 투표권자는 총 12명인데 뉴욕 연은 총재는 매번 의결권을 갖는다. 파월은 연준이 0.25%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윌리엄스의 발언은 최근 연준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와 지정학적 불안정과 맞물려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나와 더욱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 책임자는 “단기라는 표현에는 모호함이 있지만 다음 회의가 가장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윌리엄스가 개인 의견을 말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연준 리더십 3대 핵심축 구성원의 주요 정책 메시지는 거의 항상 의장의 승인을 거친다“며 ”파월의 승인 없이 이런 신호를 보낸다면 직무상 과오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스의 발언 이후 12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약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날 다른 연준 위원들은 윌리엄스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경제전문 매체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이 여전히 커서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약간의 긴축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향후 정책 결정을 생각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10월 뿐만 아니라 9월 인하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밝히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건은 “이미 두 번의 금리 인하가 이뤄진 만큼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하락하거나 노동시장이 더 빠르게 식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12월에 또다시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증시 급등도 완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정책이 “간신히 긴축적”이라고 평가해 추가 인하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하는 “여러 연준 인사들이 12월 인하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단정적인 표현은 피했는데 이는 12월 결정을 둘러싼 연준 내부의 ‘거버넌스 위기’ 조짐을 의식하고 파월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