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성공은 수없이 많이 쌓인 문서 활용 능력으로 결정된다. 기존 전자 문서는 정보를 기록하고 보관하기 위해 캐비닛에 넣어두는 파일 같았다. 사람은 종이 서류든 전자 문서든 형태에 상관 없이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AI에게는 문서 분석이 넘어야 할 산이다. 기업·기관의 문서 상당수가 컴퓨터 시스템이 읽기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 형태로 저장됐기 때문이다.
박동현 한글과컴퓨터(한컴) 오피스개발실장은 AX를 고민하는 기업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문서의 생성·관리·활동 전 과정을 AI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이유로 한컴은 한글 디지털 문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AX 솔루션 △한컴 어시스턴트 △한컴 피디아 △한컴 데이터로더를 개발했다. 박 실장과 이달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소재 한컴 본사에서 만나 AX에 적응하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한컴이 지향하는 AX, 지식의 연결·업무 자동화
박 실장은 "한컴이 추구하는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의도와 업무 맥략을 파악해 복합적인 작업을 능동적으로 수행한다"며 AX 솔루션을 소개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한컴의 AX 솔루션은 문서 학습을 기반으로 업무 자동화를 실현해 에이전틱 AI로 자리잡았다.
한컴 어시스턴트는 한컴 오피스에 AI 기술을 결합한 문서 자동화 에이전트다. 기획서·회의록 등 서식 만들기, 문서 템플릿 채우기, 문서 교정 및 요약으로 실제 업무를 보조한다. 한컴 피디아는 기업 내부 데이터를 학습한 질의응답 시스템이다. 기업 내부 문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고 외부 데이터 유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A 제품 매출 추이 찾아줘'라는 질문에 검색증강생성(RAG) 모델로 답변과 출처를 함께 보여준다.

한컴 어시스턴트, 한컴 피디아는 문서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컴은 문서 데이터 추출 솔루션 한컴 데이터로더로 AI가 학습할 수 있는 문서 데이터셋 구축을 지원한다. 한글·워드·PDF·엑셀 등 다양한 문서 구조를 이해하고 텍스트, 표, 문단 구조 등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AX 솔루션은 한국전력공사, 국회, 행정안전부 등 주요 공공 및 민간 기관에 제공됐다.
박 실장은 "한컴은 문서를 잘 다루는 기업 답게 문서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정확도가 높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많은 기업·기관이 데이터가 없어서 AX를 못한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데이터를 제대로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서버, 개인 PC에 산재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류해 AI가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컴은 AX 솔루션이 사용자에게 능동적으로 작업을 제안하는 것까지 목표로 삼았다. 현재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정확히 답변하고, 문서 초안 작성 등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췄다. 박 실장은 AI가 사용자의 기호를 분석해 문서 작업을 수행하고, 이메일 발송을 제안하는 등 능동적인 작업까지 수행해야 에이전틱 AI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업무 자동화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증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글 문서, AI 최적화 형식으로 재탄생
한컴은 AX를 목적으로 한글 문서를 국제표준에 맞췄다. 박 실장은 "한글 문서는 AI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오해를 받는다"며 "한컴은 이미 '개방형 워드프로세서 표시 언어(OWPML)' 국가 표준 제정과 데이터 추출 기술 고도화로 한글 문서를 AI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 자산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한컴의 HWP, 마이크로소프트의 DOC 등 과거에 주로 사용한 기본 문서 포맷은 사람이 정보를 이해하기에 적절하지만 컴퓨터 시스템이 학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한컴은 2020년 표준 형식을 HWP에서 HWPX로 바꿨다. 끝 자리에 X가 붙은 새 형식은 기계 판독에 최적화하고 국제 표준과 차이가 없다. 정부도 2021년 문서 저장 표준을 HWP에서 HWPX로 전환해 AX에 발을 맞췄다.
문제는 HWPX 형식이 나오기 전에 작성한 문서다. 한컴은 공식 사이트에서 HWPX 변환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한글 제품과 PDF 추출 핵심 기술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덕분에 한글 문서는 글로벌 기업 폴라리스오피스 등 다른 기업의 서비스에서 읽기 모드가 지원되는 개방성을 얻었다.
한컴은 HWPX 형식의 AI 데이터화가 문제 없다는 정부 검증을 받았다. 박 실장은 국내 디지털 문서 생태계를 AI 친화적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컴은 문서가 단순한 작성 도구를 넘어 스스로 데이터를 품고 지능을 갖춘 AI 핵심 자산이 되도록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블로터> 주최로 이달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AI 클라우드 퓨처 서밋 2026'에서 'AX 시대, 에이전틱 AI 혁신을 위한 디지털 문서 기술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다. 기업·기관의 실무자가 AX에 적응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지능형 문서 역량에 관해 소개할 예정이다.
AI 클라우드 퓨처 서밋 2026의 주제는 'AI에이전트 인사이트:산업별 인공지능전환(AX) 혁신사례와 전략'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IBM·스노우플레이크·업스테이지·과실연을 비롯해 에스원·야놀자넥스트·영림원소프트랩·베스핀글로벌·금융보안원·하나은행·카카오뱅크·SK텔레콤 등의 기업 및 단체들이 각자의 AX 전략을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