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470원까지 오르면서 4분기에만 주요 은행별 2조원 안팎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환율 급등은 은행 재무제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외화 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자연 증가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25일 현재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금융회사는 최근 급등한 환율 영향으로 자본 건전성 방어에 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화 대출의 원화 환산 금액이 늘면 그에 비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환율 상승이 외환평가손실은 물론 순이자마진(NIM)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다.
실제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3분기 환율이 1350원에서 1402원으로 약 50원 오르는 동안 환율 상승 때문에 늘어난 RWA가 약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이 47조1994억원, RWA가 348조644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 때문에 떨어진 CET1 비율은 약 0.06%p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구한다.
이를 4분기 상황에 대입하면 파급력은 더 커진다. 3분기 말 1403원이던 환율이 11월25일 기준 1475원까지 약 72원 상승했음을 고려할 때, 4분기 환율 요인에 따른 RWA 증가분이 약 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단순 추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RWA 증가는 곧바로 CET1 비율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0.01~0.03%p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4분기 상승 폭을 적용하면 은행별로 약 0.2%p의 하락 압력이 걸리는 구조다.
은행권의 외화 익스포저가 커진 것도 부담 요인이다. 9월말 기준으로 국내 일반은행의 전체 RWA 중 외화 자산 비중은 22.6%에 달한다. 단순 외화 대출의 원화 환산 증가뿐 아니라, 파생상품 관련 신용위험가중자산까지 동반 상승하며 '복합적 자연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고환율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2026년 환율 상단을 1540원으로 제시했다. 고환율 환경이 장기화하면 금융그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의 기업대출 확대 요구와 자본 건전성 방어라는 서로 충돌하는 과제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로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환율 영향으로 RWA가 증가하는 흐름까지 겹치면 건전성 관리가 한층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