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사진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중국 인공지능(AI) 기반 항체발굴 기업인 프론트라인바이오파마에 투자한다. 시장은 인적분할 이후 삼성바이오 포트폴리오의 '생산-개발-투자' 등 3축 분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또 이번 투자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이 당장 갖추기 어려운 디스커버리 및 AI 탐색역량을 외부에서 우회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프론트라인 투자로 삼중분화 부각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프론트라인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양사 간 합의에 따라 투자 규모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설명이다. 프론트라인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바이오 분야 신기술 및 사업개발(BD)을 위해 삼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출자해 조성한 벤처투자펀드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로 삼성바이오 계열의 역할이 생산-개발-투자로 분리되는 흐름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조 중심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시밀러에서 신약탐색기로 전환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 탐색·기초기술 투자를 맡은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까지 각 축의 기능이 확고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할을 준비하면서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중심 전략을 강화해왔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에피스넥스랩과의 역할 구분을 바탕으로 항체·ADC 등 신약형 연구개발(R&D)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탐색·AI 기반 기술 투자에 자원을 투입하며 그룹의 '기초연구축'을 맡는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탐색기업에 투자한 것은 분할 이후 그룹의 바이오 조직 내에서 기초연구축이 자리 잡기 시작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풀이된다. 그동안 기초기술 검증과 신기술 모니터링 기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 조직에서 제한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분할 이후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이 역할을 외부 투자 방식으로 담당하면서 기능 배분이 더욱 세분화되는 양상을 띤다.

 

탐색 공백 보완한 외부 기술 확보

업계는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프론트라인을 선택한 것은 신약탐색 전환기에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의 '기초탐색·기전연구 공백'을 외부 기술로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탐색역량 확보가 신약형 R&D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초기 단계의 기술공백을 외부에서 메우는 전략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택은 전환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보완적 접근의 성격을 갖는다.

프론트라인은 AI 기반의 항체 설계, 단백질 모델링, 작용기전 분석 등 탐색단계 전반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타깃 선정과 초기 스크리닝이 핵심인 신약탐색 초기 업무와 맞물린다. 이에 외부 기술을 이용해 초기 검증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해석된다. 업계는 이 기업의 기술 구성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구축해야 할 탐색기능의 주요 부분을 충족한다고 평가한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성 파이프라인은 탐색~전임상 진입 초입 단계가 대부분이라고 알려졌다. 아직은 작용기전 검증이나 전임상 설계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구간이다. 이 때문에 AI 기반 탐색기술을 활용하면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가운데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부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으로 여겨진다. 

펀드의 탐색 투자 확대는 R&D 기반 강화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기적 고객 확보에 긍정적인 연동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탐색기업의 파이프라인이 성숙하면 생산 수요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탐색-개발-생산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의 연계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 같은 구조적 상보성이 이번 선택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삼중구조 정렬과 협업체계가 관건

이번 투자 효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향후 1~2년간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탐색-개발-생산 흐름이 어떻게 정렬되느냐'가 꼽힌다. 역할 분리만으로는 협업체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략 간 타이밍을 조정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프론트라인이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도 우려되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술·데이터 이전 관련 규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반 탐색 결과를 실제 임상, 양산기술(CMC), 제조 일정에 어떻게 연결할지가 실무 과제로 이어진다. 탐색 단계의 기술을 개발·생산 체계에 안정적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 정립도 요구된다. 전환기에는 예상 밖의 지연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 조직이 속도만 다르게 내는 방식이 아니라 △탐색 데이터 공유 △공동 파이프라인 로드맵 △중장기 협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초기 전략이 안정적으로 정렬될 경우 삼중구조의 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는 이 같은 관점에서 이번 투자가 그룹 바이오 포트폴리오 전반의 협업모델을 시험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투자 이후로도 투자·파트너십을 확대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민정 삼성바이오에피스 탐색팀장(전무)은 "프론트라인과 파트너십에 이어 투자까지 진행하면서 글로벌 ADC 시장에서 의미 있는 기술적 영향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파트너십과 투자로 미래 기술에 대한 준비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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