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 구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프로그래머가 사용자들에게 더욱 밀착돼야 해." 우노님이 기자와 만나 가장 먼저 던진 말이다. 사용자에게 다가서지 않는 프로그래머들이 있을까? 산업의 구조는 또 무슨 말일까?


우노님은 우리나라도 이제야 사무 자동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웹을 이야기하고, 유비쿼터스를 얘기하고 있는 환경에서 철지난 '사무자동화'라니 머리가 혼란스럽다. 우노님은 강조한다. 수 많은 기술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 세상에서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기술이나 툴을 적시에 조립해서 부가 가치를 얹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수억원이 드는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연스럽게 '엑셀'이 등장한다. 엔드 유저가 비즈니스 롤이 바뀔 때마다 바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툴이 엑셀이라는 것. 우노님은 "IT 기술자들은 이제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 일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 때 그 변화를 어떤 툴을 사용해서 업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조언해야 한다. 오피스가 최적의 툴"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엑셀을 사용하는 것은 일을 잘 하는 방법과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강조한다. 엑셀을 잘 활용하면 여러 시스템이 엮인 것들을 분석해 내고, 플랜도 세우고, 실행도 하면서 데이터도 쉽게 쌓을 수 있다. 그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다시 그런 분석을 새로운 플랜에 적용하면서 개인은 자연스럽게 자기가 속한 분야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정보 관리의 전문가. 그가 젊은 세대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그는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정치인 조순형 의원을 소개한다. "헌법재판소장 임명과 관련한 절차의 문제를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누구하나 거론하지 않았고, 그 밑에는 수백명의 보좌관들이 있었지만 지적하지 못했다. 보좌관이 없어도 자기 분야에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확인해 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조순형 의원에게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속한 분야의 정보를 관리할 줄 아는 그런 대표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 우노님의 의견이었다.


젊은 개발자들에게도 "코딩하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 높이 날아서 일 전체를 보는 시야를 키우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자동화쪽에 관심을 기울여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우노님에게 엑셀은 젊은 세대에게 다가서기 위한 하나의 소통 도구다. 엑셀을 핑계 삼아 일에 접근하는 기본 태도를 젊은 세대들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지금의 인터넷 환경은 우노님에겐 커다란 행운이란다.


그는 "IT가 발달된 것은 복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피드백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도 일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수 있다. 난 또 그런데 고무돼서 여기까지 왔다.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나 같은 늙은이가 어떻게 젋은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었겠느냐"고 화통하게 웃었다.


그렇게 한 10년을 달려왔다. 그런 그를 보고 친구들은 '곰탱이' 갔다고 말한다. 골프치고, 등산가고, 여행 다니면서 삶을 즐길 연배에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끙끙거리고 있는 그를 보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10년을 꾸준히 지켜낸 힘은 단순했다.


"재밌어. 아주 즐겁고 말야." 그가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계속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고 젊은이들과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는 "한 달만 관심을 끊어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용어가 등장해. 하지만 난 그걸 배우는 게 너무 즐거워. 스스로 만족도 되고 말야." (우노님의 말에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허덕대면서 따라가기 바쁜 내 자신이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그런데 어떤 계기로 엑셀을 배우게 됐을까? 그는 건축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 세대들이 그랬듯 그도 해외에서 젊은 시절을 많이 보냈다.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는 충격을 받았다. 해외 엔지니어들 중 호호 백발의 2차 대전 참전용사들이 그 현장에서 컨설팅을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자기 정보를 관리하고 있었다. 하나 하나 일일이 확인하고 다시 기록하고. 새로운 감독관이 오더라도 그런 정보 파일을 인수인계 받는 하루만 지체되고 그 다음날부터는 동일한 업무가 시작됐다. 우리나라 현장 소장이 바뀌면 한달 동안 업무가 마비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뤘다. 모두들 자기 수첩과 머리에만 정보를 담아두고 다른 현장으로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들은 컴퓨터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정보를 관리해 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컴퓨터가 보급됐으니 얼마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정보 관리가 몸에 밴 것이 지속적인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그도 나름대로 기록해 왔었다. 하지만 롯데월드 공사 현장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그동안 기록해뒀던 것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 때 우연치 않게 엑셀을 접하게 됐다. 엑셀 기능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액세스와 VBA(Visual Basic for Application)까지 섭렵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손쉽게 개발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엄청난 툴이었던 것.


그는 국내 모든 대학생들이 대학 때 엑셀 전문가가 돼서 사회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초등학생 때부터 엑셀을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엑셀이 아니더라도 다른 스프레드시트를 배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한글과컴퓨터는 참 좋겠다. 이렇게 적극 지지하는 지원자가 있으니 말이다. 왜 스프레드시트를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쳐야 할까.


그는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수업을 예로 들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MM초코렛'을 각자 한봉지씩 사서 등교하라고 한다. 학생들은 각자가 사온 초코릿 봉지를 뜯어 안의 내용물을 색깔별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걸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한다. 빨간색 몇 개, 파란색 몇 개, 노란색 몇 개 이렇게 하면서 분류를 배운다.


아이들이 기록한 것들을 조별로 통합해 다시 분류한다. 1조, 2조, 3조로 나눠 다시 분류하고 색깔별로 몇 개씩 들어있는지 다시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좋아하는 색깔도 서로 다르다. 동일한 숫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MM초코렛 제조사에 메일을 보낸다. "아저씨, 전 빨간색이 좋은데 왜 빨간색이 많지 않아요?"라고.


그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 기본적인 분류를 배우고, 조별 협력을 배우고, 그래프도 그려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커뮤니케이션도 배운다. 유사한 학습은 학년이 올라가면서도 계속된다. 단지 범위가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는 차이만 있다. 이런 것들이 몸에 밴 사람들이 당연히 툴도 자신들에 맞게 잘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보화 전도사가 따로 없다. 그는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이런 주문을 잊지 않는다. 이제는 각 기업마다 오피스 전담 인력이나 팀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단위 부서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스프레드시트다. 액세스와 연동해 사용하고, 필요한 내용을 개발하면 최고의 솔루션이 된다. 쓸데없는 곳에 큰 돈 쓰지 말고 업무 활용에 필요한 걸 개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들에서 사이트를 보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10년간 사이트를 운영하다보니 팬들도 많이 생기고, 그들이 SOS를 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나 혹은 외국에 인수된 곳들이 많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동호회를 만들어 강연을 부탁하기도 한다.


기업에 가면 담당자들이 깜짝 놀란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네가 등장하니 당황할 수밖에. 그는 "담당자들의 당황하는 눈빛을 보면 나도 웃는다"고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는 웬만한 기업들이 투명성을 내세우기 위해 ERP를 도입했지만 그 활용은 지극히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액셀에서 처리해서 부서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면 지금보다 더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내 나이가 되면 환경이 엄청 바뀌어 있을 거야. 어디를 가던지 하나의 툴에 전문가가 돼야 해. 물론 그 업무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연말에 '오피스 12'를 출시한다. 계속 바뀌고 있는데 어떻게 따라가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뭐 방법이 있어? 집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해야지. 재밌어. 즐겁고. 그리고 말한대로 핵심은 똑같애. 웹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기능 빼고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유저 인터페이스도 상당히 편해졌지."


그는 마라톤 풀 코스를 16회 완주한 마라톤 매니아다. 최근엔 의사의 권유로 마라톤을 완주하지는 않지만 조깅을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 키도 훤칠한데다 몸매도 정말 ‘끝’내줬다. (주말이면 쿨쿨 잠만 자는 이 젊은 기자 바로 고객를 숙였다. 내 허리는 ??)


그는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영어 잘 하고 해외에 많이 다녀라. 견문을 넓히고 더 넓은 세상을 보기 바란다."


근데 정작 기자가 실수한 게 있다. 우노 허성덕. 왜 우노라고 하는지 묻지 않았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궁금한 분들은 www.uno21.com에 접속해 보시기 바란다. 엑셀 뿐 아니라 그 분이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칼럼으로도 쓰고 계시다. 그러면 멋진 '노인장' 허성덕 아저씨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면서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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