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차세대 IDC를 위한 각종 세미나가 줄을 잇고 있고, 전력 관리 신기술과 쿨링 시스템을 위한 토털 솔루션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도 신규 IDC 구축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IDC들은 규모 면에서 기존 IDC와의 비교를 불허한다. 대부분의 IDC들이 5층 내외인데 비해 10층은 간단히 넘기고 있다. 투자 금액도 1000억원을 넘기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최근 데이터 센터들은 파워와 쿨링 비용이 전체 IT 예산의 1/3 정도 차지하고 있고, 이 문제가 추후 6개월~12개월 이내에 CIO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2009년 70%의 데이터센터 설비는 적정 수준의 개설, 증설, 혹은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운영과 용량상의 문제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IT 부서만의 고민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열린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전원, 공조, 건축, 보안, 소화 등의 설비와 감시 시스템 등 다양한 시설과 장비의 빈틈없는 조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집적 서버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이에 따른 전력 소모량과 발열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반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인텔이나 AMD, IBM, 썬 등 칩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은 새로운 칩의 전력 소모는 이전과 동일하거나 현저히 낮추면서 성능은 2.5배 이상 향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단위칩과 모듈, 랙의 발열량은 이런 성능을 뛰어넘을 만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력 인프라 투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원과 냉각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센터의 가용성을 높이는 것이 IDC 사업자들이나 기업 IDC 담당자들의 고민.
KIDC의 관계자는 "이 때문에 새로운 쿨링 시스템이나 전력 관리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국내 서버 제조 업체들도 해외 벤더들이 랙용 쿨링 시스템을 출시하는 것처럼 많은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APC의 한 관계자도 "전력 인프라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전력과 쿨링 관련한 토털 솔루션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KT의 경우 몇 번의 정전 사태를 겪으면서 내부 설비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바 있고, KIDC의 경우도 수전 용량과 내부 냉각 설비들을 대폭 업그레이드 했다. 호스트웨이IDC의 경우 최근 냉각 설비를 손보면서 20도~25도 정도로 내부 IDC의 온도를 대폭 낮췄다. 호스트웨이IDC의 한 관계자는 "국내 IDC 중 가장 최적의 온도로 유지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설비 증설 과정에서도 전혀 뜻하지 않은 문제에도 봉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을 위해 이중 마루를 통해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막상 마루를 뜯어보면 냉각수 배관이 설치돼 있거나 케이블 공사가 돼 있어 공기 흐름에 장애가 돼, 냉각 효율이 떨어지는 예도 빈번하다.

가장 먼저 새로운 IDC 구축 스타트를 끊은 곳은 LCCNS. LGCNS는 지난 2005년 3월 말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상암 IT센터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이 센터는 대지 면적 1,430여 평, 지상 12층/지하 4층 규모의 연면적 1만 3400여 평에 달한다.
당시 LGCNS 사장이었던 정병철 사장(현 신재철 사장)은 기공식에 참여해 "IT 신기술 개발, 수익성 높은 신규 사업 창출 등 일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시설로 상암 IT 센터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LGCNS의 IDC와 관련해 전력 및 블레이드 서버 수용 문제를 자세히 취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다만 LGCNS는 상암 변전소와 수색 변전소를 통해 전력 인프라를 이중화시켰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LGCNS는 1만8000Kw 정도의 전력 인프라를 수용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 IDC라면 10년 후를 내다보기 힘든 전력 인프라지만 LGCNS '상암 IT 센터'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담당할 IT R&D 센터, IDC, 디지털 방송/미디어 센터, IT 교육 센터 등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건설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LGCNS는 1차적으로 LG 계열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LG데이콤에 입주한 LG 계열사가 1차 타깃이라는 점에서 IDC 사업을 놓고 안방 싸움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블레이드 서버 수용을 미루고 있는 기존 IDC들을 겨냥해 몇몇 포털들의 블레이드 서버를 수용할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지만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블레이드 서버 도입 설비 여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KT는 어떨까. KT는 올 1월 서울 목동에 지상 12층 지하 3층 규모의 아시아 최대 규모 차세대 IDC를 2008년 4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대지 면적은 2000평으로 연면적 1만 8600평에 달한다.
KT는 전국에 13개 정도의 IDC를 보유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IDC 1위 사업자인데 이번 센터 오픈으로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겠다는 의도다. 목동의 새로운 IDC는 IDC 본래 기능 이외에 재난 복구와 저작권 관리 센터, 멀티미디어 센터 역할도 담당한다. 또 인큐베이팅 센터(Incubating Center)와 IT교육 센터 등 차세대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경석 KT 기업 인프라담당 상무는 "기존 IDC와 목동 신축 IDC를 기반으로 메가패스와 IDC간의 선순환 구조를 확대함으로써 메가패스 시장 확대에 일익을 담당하는 한편, e-비즈사업과 콘텐츠 사업 영역 진출의 교두보로 적극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T의 새로운 IDC는 4만 Kw로 설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기존 KT 목동 사옥에 2만 Kw 전용선로를 구축했던 만큼 추가로 2만 Kw의 전용 인프라가 구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일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전의 한 관계자는 "신규로 4만 Kw를 제공하기에는 주위 변전소의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혀 서비스 확장으로 인한 전력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KT의 경우 분당과 목동, 영동, 영등포 등 수도권 지역과 전라, 경상, 충청권 등으로 IDC를 정비하고 있다. 특히 KT는 IDC 사업에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KT는 u-시티 핵심 인프라로서 IDC 구축 사업이 부상하고 있고, 또 각 공공 기관들의 IDC 아웃소싱 사업이 전개되고 있어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관제 서비스 분야도 KT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KT는 기업용 관제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시설물 관리 서비스도 선보였다. 시설물 관리 분야는 KT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단적인 예로 각 다리마다 센서를 부착해 시설물들의 실시간 상황을 체크하는데 이런 정보가 IDC에 집적되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KT도 블레이드 서버 도입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인텔과 AMD의 새로운 칩을 사용하더라도 고객 서비스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블레이드가 모든 대안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어 블레이드 도입을 통한 통합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고객들은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업체들이 행보에 대해 포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공간 위주로 IDC 사업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전하고 "해당 사업부의 실적만을 부각시키는 현 상태에서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좀 설명할 필요가 있다. KT IDC는 지난 3년간 연평균 40%대 성장을 지속해 올해는 매출 2000억대에 육박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목동에 투자되는 금액은 대략 1500억원 정도. KT가 보유한 13개의 IDC에서 벌어들인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다른 회사의 IDC들의 경우 전력 인프라를 수용하는 것만 놓고도 30억원 가량의 추가 투자가 드는데, 이 비용에는 내부 전력 설비 개선 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포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IDC 사업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당연히 투자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 IDC 산업이 IT 서비스 산업의 기반 인프라라는 점을 정부에서 인지하고 이들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단위 부서에만 책임을 묻는 구조 속에서는 악순환만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점을 IDC 사업부서도 잘 알고 있지만 공론화가 쉽지 않다. 차세대 IDC 구축 이슈가 불거지는 현재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서로의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