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삼성그룹 노조연대 의장(왼쪽 4번째)이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오상훈 삼성그룹 노조연대 의장(왼쪽 4번째)이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성과급 제도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바뀔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오상훈 삼성그룹 노조연대 의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13개 계열사 노조 한 목소리…"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달라"

삼성 13개 계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 노조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을 비롯해 자회사 성과급 차별 중단,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사측에 촉구했다.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무렵 설립된 노조연대는 최근 합류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비롯해 △삼성화재노동조합 △삼성생명노동조합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삼성SDI울산 노동조합 △삼성에스원참여 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동조합 △삼성생명서비스 노동조합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동조합 △삼성웰스토리 노동조합 △삼성이엔에이 노동조합&U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노동조합 등 13개 삼성 계열사 노조들로 구성돼 있다. 

이날 행사에는 오 의장과 함께 한기박 전삼노 위원장, 최재영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위원장, 박용락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 의장은 "삼성의 노사 관계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평가제도와 임금 구조"라며 "그중에서 가장 핵심은 초과이익성과급(OPI)라 불리는 성과급 체계에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노조연대가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삼성그룹 노조연대가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이어 "삼성은 과거처럼 정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연 1회 회사의 이익에 비례한 OPI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문제는 지급 기준이 사측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정해지고 그마저도 노조와 상의 없이 결과만 통보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알기 어려운 기준으로 자본 이익을 다 챙기고 남은 돈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현재의 구조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며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삼고 성과급 상한선 없이 직원들이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장은 이재용 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이 회장은 중요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책임과 결단을 떠넘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는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노조와 함께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은 OPI와 목표달성성과급(TAI)을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운영 중이다. TAI는 반기별 목표 실적을 달성했을 때 지급되며 개인 연봉이 아닌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A등급부터 D등급까지 평가해 기본급의 최대 100% 수준이 성과급으로 제공된다.

OPI는 직전년도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산정에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제외한 EVA가 활용되는데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노조로부터 '깜깜이 성과급'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파업 주도' 전삼노 노조연대 합류…노사 갈등 재점화 가능성

이날 행사에는 최근 4기 집행부를 새로 꾸린 전삼노 한기박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전삼노는 3기 집행부가 2025년 임단협 합의 과정에서 전임직 성과인상률 이면 합의 논란으로 노조원들의 신뢰를 상실하면서 지난 6월 총사퇴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선거를 진행했다. 이 선거에서 한기박 전삼노 기흥지부장이 제4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4기 집행부의 최대 안건은 당연 2026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다. 이에 이번 전삼노의 노조연대 합류는 본격적으로 사측과 협상에 돌입하기 앞서 덩치를 키워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3만6000명을 넘어섰던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이면 합의 논란 이후 3만명 아래로 감소했다.

 

한기박 전삼노 4기 위원장(왼쪽 4번째)이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한기박 전삼노 4기 위원장(왼쪽 4번째)이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한 위원장은 "현 제도는 직원들이 회사의 실적이 좋아도 본인에게 돌아올 몫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이라며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과 투명하게 기준을 공개하는 SK하이닉스의 극명한 대비가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이야말로 기업 성장의 확실한 동력"이라며 "회사는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에선 노조측의 성과급 개편 주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는 대내외의 지지를 받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연간 23조46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임직원에 성과를 분배할 명분이 생겼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이었다. 상반기에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16조6534억 원에 달했지만 삼성전자 DS부문은 1조5000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 봉투법'의 통과로 노조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전삼노의 합류로 삼성 노조연대가 몸집을 키운 만큼 향후 임단협 과정에서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선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전망이 나오는 만큼 실적을 본궤도에 안착시킨 후 보상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