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충전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정작 전기차 시장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정부 에너지·교통 합동사무국 자료를 인용해 지난 2년간 20분~1시간 내 배터리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고속 충전 포트 수가 8월 기준 6만300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충전소 확대 속도는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됐다. 상반기에만 7000개 이상의 고속 충전기가 추가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미국의 전기차 판매가 이미 둔화된 가운데 지난달 말 최대 7500달러인 연방정부의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향후 판매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분석 업체 애틀라스퍼블릭폴리시의 닉 니그로 창립자는 “충전 산업은 성숙해지고 있는 반면 전반적인 전기차 산업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확장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미루고 있다. 디트로이트 3사 등은 당분간 대형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정보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의 스테파니 발데스 스트리티에 따르면 지난 분기 전기차 판매는 약 41만대로 전년 대비 21% 늘었지만 이는 세액공제 종료 전 수요가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분기에는 판매가 3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공공 충전 인프라 부족은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다. 4년 전만 해도 미국의 고속 충전 포트 수는 2만개가 채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테슬라 전용이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제정된 인프라법에 따라 대규모의 자금으로 고속도로 충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2023년 10월 이후 민간 기업들이 발표한 고속 충전 투자 계획 규모는 약 95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초기 진행이 더뎠고 현재까지 주 정부들은 33억달러의 예산 중 약 5억6000만달러만 사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초 충전망 구축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최근 재개했다.
JD파워의 브렌트 그루버 전기차 부문 책임자는 “충전 공백지대가 드물어지고 있다“면서도 ”장거리 주행 중 배터리가 소진될까 봐 두려워하는 ‘주행거리 불안‘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관리업체 차저헬프의 최근 조사에서 충전 중 중 첫 시도에 성공한 비율이 71%에 불과했다. 충전소의 90% 이상이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경우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차저헬프의 카밀 테리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충전소는 평균 85%의 성공률을 보이지만 3년 차가 되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기술 변화 속도가 이렇게 빠른데 이런 자산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