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베스트셀러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세단 모델3의 저가형 버전을 북미 시장에서 출시했다. 그러나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기에는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델Y 스탠더드 버전 /사진 제공=테슬라
모델Y 스탠더드 버전 /사진 제공=테슬라

7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모델 2종을 공개했다. 모델Y 스탠더드 버전 가격은 3만9990달러, 모델3 스탠더드 버전은 3만6990달러로 책정됐다. 두 모델 모두 기존 버전보다 약 5000달러 낮게 책정됐다. 

모델Y 스탠더드 버전에서는 프리미엄 후륜구동 모델과 달리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가죽 시트, 라이트 바 등이 빠졌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321마일(약 517㎞)로 후륜구동 롱레인지 버전의 357마일(약 574㎞)보다 짧다.

테슬라 웹사이트에 따르면 두 차종 모두 즉시 주문 가능하며 인도는 올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가격 인하는 이달부터 최대 7500달러였던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된 이후에도 수요를 지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라인업 노후화로 고전하고 있다. 전기차 테슬라는 2023년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출시 이후 아직 신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이버트럭 판매량은 약 2만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인센티브 적용 후 3만달러 이하 가격의 차량이 대중 시장 진입의 핵심”이라며 보다 저렴한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투자자들 또한 새로운 저가 전기차가 테슬라 실적 회복을 위한 주요 요소로 보고 있다. 

이날 공식 공개를 앞두고 테슬라가 신차 예고 영상을 올린 이후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실제 공개 이후에는 수년째 출시가 미뤄진 차세대 로드스터 등 다른 신제품에 대한 소식이 없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표출했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신형 모델이 기존 트림보다 겨우 5000달러 저렴한 수준에 그친 점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스탠더드 버전의 가격은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됐을 경우 가장 저렴한 모델보다 여전히 높다.

머스크는 수년간 저렴한 대중형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공언해왔지만 지난해 약 2만5000달러인 신형 전기차 개발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기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저가형 버전을 내놓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기존 차량의 판매 잠식과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세액공제 폐지를 앞두고 수요가 몰리면서 테슬라는 3분기에 사상 최대 인도 실적을 기록했지만 연말까지 판매 둔화가 예상된다. 

미 정부의 세액공제 폐지 이후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수요 감소를 우려해 이미 가격을 인하하거나 다른 혜택을 제공 중이다. 테슬라의 신형 모델은 내년 출시 예정인 쉐보레 에퀴녹스,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4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3만달러 이하인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10여종 이상과 맞붙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럼이쿼티스의 셰이 볼루어는 “이번 신형 모델은 본질적으로 가격 조정 수단일 뿐 제품 혁신의 촉매는 아니다”라며 “새로운 수요를 대규모로 창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가격이 3만달러 미만인 차량을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멀쏜인베스트먼트의 션 캠벨 고문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브랜드들과의 경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러닝포인트의 마이클 애슐리 슐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출시는 테슬라가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을 벗고 월마트 후디를 입은 것과 같다”며 “혁신의 최전선에 있던 반항아에서 이제는 테슬라와 도요타를 동시에 연기하려는 주류 기업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딥워터 애셋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 계정에 “보다 저렴한 모델을 내놓은 테슬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로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대, 포드, 닛산의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며 “완전자율주행과 차량 내 컴퓨팅 역량이 전기차 경험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우위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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