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인공지능(AI) 열풍 덕분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회사는 미중 무역전쟁이 매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몇 달 만에 다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사진 제공=ASML
/사진 제공=ASML

15일(현지시간) ASML은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신규 수주액이 54억유로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29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3분기 매출은 75억유로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77억유로를 소폭 밑돌았다. 일부 구형 모델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탓이다. 반면 EUV 노광장비 수주액은 7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21억유로를 기록했다. 

ASML에 따르면 3분기에 중국은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해 직전 분기의 27%에서 크게 증가했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해 AI 인프라 투자 열풍의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무역 분쟁과 지정학적 긴장을 이유로 내년 매출 성장 전망을 철회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 영향으로 ASML 주가는 하루 만에 11%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푸케는 이날 한층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AI 관련 투자가 계속 긍정적인 모멘텀을 보이고 있고 이런 흐름이 더 많은 고객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푸케는 2026년 순매출이 “2025년보다 낮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향후 매출은 최첨단 장비에 집중될 것이지만 중국 매출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그루프피터캄의 미하엘 로에흐 애널리스트는 이번 가이던스가 “이전보다 다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망이 여전히 신중한 것은 2026년 중국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는 첨단 로직 및 메모리 고객사로의 매출 증가로 상쇄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ASML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도 최근 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다고 밝혔다.

ASML은 향후 수년간 AI 열풍에 맞춰 성장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하며 연간 매출을 지난해의 283억유로에서 2030년 최대 600억유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유지했다.  

ASML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월 시작한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232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반도체와 생산 장비에 대한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무역 긴장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일부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들과의 논의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며 “AI로 인한 긍정적 흐름의 수혜를 입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ASML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차질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다센은 회사가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긴 리드타임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향후 몇 달 동안 필요한 자재를 공급망 내에서 확보해 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광범위한 생태계 전반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ASML 주가는 약 30% 급등하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유럽 최대 기업이 됐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