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삼성전기가 올해 3분기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인공지능(AI), 전장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더불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고부가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 성과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4분기에도 고부가제품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AI 서버·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비롯해 AI 가속기용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의 공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신규 고객사 다변화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전 응용처 MLCC 공급 증가…신사업도 순항
삼성전기는 29일 올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 8890억원, 영업이익 26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집계한 삼성전기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평균 증권가 전망치)는 매출 2조 8300억원, 영업이익 2485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특히 매출의 경우 종전 최대 기록인 지난 2분기(2조 7846억원)를 3개월 만에 경신했다.
이번 실적에 대해 삼성전기는 "AI·전장·서버 등 고부가제품 수요 증가로 산업·전장용 MLCC 및 서버용 FC-BGA 등 공급을 확대해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세부 실적을 살펴 보면 먼저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는 산업∙전장 및 IT 등 전 응용처에서 MLCC 공급이 증가해 전년 동기보다 15% 늘어난 1조 381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주 스마트폰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를 비롯해 ADAS 보급 확대, AI서버 및 네트워크 수요 증가로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가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PC를 비롯해 가전제품, 서버,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일명 '전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반도체 기판 사업을 맡고 있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 증가한 59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대면적·고다층 서버용 FC-BGA와 메모리용 BGA 등 공급이 확대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는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한 91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기는 해외 거래선용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었지만 전략 거래선용 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모듈과 전천후 카메라모듈, 하이브리드 렌즈 등 전장용 제품 공급을 확대해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4분기 전장·AI 수요 견조…생산거점 다변화로 공급 안정성 강화
삼성전기는 4분기 물가 상승 요인과 계절성 부품 재고 조정 등에 영향에도 불구하고 고부가제품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AI 서버용∙ADAS용 MLCC, AI 가속기용 FC-BGA 등의 공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 고객의 시장 점유율(M/S) 확대를 위해 고부가 제품 승인 기종을 늘리고 신규 고객사 다변화에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캐파 부하가 큰 산업·전장용 고용량 제품 수요 증가로 인해 MLCC 수급이 타이트해지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AI 서버용 MLCC와 관련해 "올해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사용 수요가 지속 증가 중"이라며 "내년 역시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의 자체 칩 솔루션 적용이 확대되면서 고수익·고부가 제품 중심의 성장이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는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및 AI 가속기용 고부가 기판 공급 확대를 통한 하이엔드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을 진행한다. 삼성전기는 "2분기부터 AI 가속기용 기판을 본격 공급하면서 올해 FC-BGA 매출은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며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공급을 확대해 2026년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메라 모듈과 관련해서는 IT·전장용 제품 중심으로 매출 확대에 집중하고 휴머노이드 등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카메라는 3분기 국내 주요 고객용으로 하이브리드 렌즈 양산 공급을 시작했다"며 "IT용은 가변 조리개, 초경박단소 모듈, 연속기 폴디드 모듈 등 고객별 니즈에 맞는 차별화 기술을 제안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매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분야는 고신뢰성 액추에이터(구동기), 고정밀 조립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및 사물 인식용 3D 복합 모듈 기술을 확보해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지난해 2분기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공장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생산 시설을 통해 해외 메이저 거래선용 서버 CPU, AI 가속기 및 네트워크용 기판을 생산하고 있다"며 "생산거점 다변화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고객사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주요 수익원의 배경이 과거 IT 기기에서 올해 AI 및 전장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전환됐다"며 "3분기를 기점으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상회하면서 본격적인 이익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