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헌 SK텔레콤(SKT)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첫날부터 인공지능(AI) 인프라 대규모 확장 계획을 꺼내 들었다. 울산에 짓고 있는 AI 데이터센터를 현재 목표의 10배 이상으로 키우고 국내 3개 권역 거점을 완성한 뒤 베트남 등 아시아로 뻗어나간다는 구상이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정 CEO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총 1기가와트(GW) 이상 규모로 키울 것"이라며 "AI 인프라는 기업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키노트는 취임 첫날 정 CEO의 첫 공식 업무였다. 그는 "대한민국이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 수준에 달하는 초대규모 시설이다. SKT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100메가와트(MW) 규모로 가동한 뒤 10배 이상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정 CEO는 "울산 DC 공개 후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SKT의 AI DC 개발 역량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제2, 제3의 울산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자본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설명했다. AWS를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넓혀 확장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향후 5년간 AI 분야에만 총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SKT는 국내에서도 3개 권역 거점 체계를 완성한다. 울산(경남)에 이어 10월 오픈AI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서남권에 두번째 대규모 AI DC를 짓는다. 정 CEO는 "정부, 지자체, 글로벌 AI 선도 기업의 다자간 협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이로써 SKT는 수도권-울산-서남권으로 이어지는 전국 AI 인프라 망을 갖추게 됐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낸다. SKT는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베트남에 AI DC를 세운다. LNG 발전소의 냉열을 써서 친환경 고효율 냉각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정 CEO는 "그룹 멤버사의 글로벌 사업과 엮어 독자 기술을 집약한 AI DC를 짓는다"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급부터 냉각까지 아우르는 SKT의 통합 솔루션이 무기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한층 깊어진다. SKT는 AWS와 중장기 협력 기반을 다져 '엣지 AI' 기술 확보에 나선다. 엣지 AI는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기지국이나 엣지 서버에서 처리해 초저지연을 구현하는 기술로, 통신사만의 고유 영역이라는 게 SKT의 설명이다. 엔비디아와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한다. 'RTX PRO 6000' GPU 2000여장을 들여와 '제조 AI 클라우드'를 세우고, AI를 얹은 지능형 통신망 기술 'AI-RAN' 공동연구에도 뛰어든다. 정 CEO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주요 제조사의 AI 전환에 제조 AI 클라우드를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영역도 넓힌다. SKT는 기존 AI DC 건설 역할에서 벗어나 설계부터 구축, 운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DC 종합 사업자'로 변신한다. 정 CEO는 "각 분야 글로벌 리더들과 손잡고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을 직접 확보하겠다"며 "빠르고 싸게 지을 수 있는 'AI DC 솔루션 패키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웃렉 솔루션(냉각·전력 등 서버 외부 설비)은 펭귄솔루션스와, 하드웨어 쪽은 슈퍼마이크로 등과 함께 만들고 있다.
지난 1년간 SKT는 AWS와 울산 AI DC 구축 계획 발표, B200 기반 국내 최대 GPU 클러스터 '해인' 구축, 과기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선정, AI 비서 에이닷 가입자 1000만 돌파 등의 성과를 냈다. 올해 초 유영상 전 CEO가 내놓은 'AI 피라미드 2.0'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유 전 CEO는 당시 1층(AI 인프라)-2층(AI B2B)-3층(AI B2C) 구조의 전략을 제시하며 AI DC를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로 규정했다. 정 CEO는 이를 이어받되 규모와 글로벌 진출 측면에서 한층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