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1시 서울 성수동 알리익스프레스 ‘11초 장바구니 챌린지’ 팝업스토어 앞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7일 오후1시 서울 성수동 알리익스프레스 ‘11초 장바구니 챌린지’ 팝업스토어 앞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달 11일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를 앞두고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국내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최근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JV) 자회사로 편입된 후 처음 선보이는 오프라인 행보로, 초저가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와 접점을 넓혀 ‘젊고 트렌디한’ 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지하철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 현장은 ‘11초 장바구니 챌린지’에 참여하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크기의 바구니를 들고 제한시간 11초 안에 라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가능한 한 많이 담기 위해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짧은 시간에 집중하는 이들의 모습은 게임을 하는 듯 역동적이었고 도전이 끝난 뒤에는 웃음과 환호가 이어지며 현장이 활기를 띠었다.

이날부터 9일까지 사흘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는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진행되는 ‘광군제 챌린지’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111원의 참여비를 내고 11초 동안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현장에서는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1월11일 광군제는 중국 최대의 쇼핑 축제로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매년 이 시기에 가장 큰 행사를 연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오전11시 오픈임에도 오전9시부터 100명 이상이 줄을 설 만큼 관심이 높았다”며 “단순 할인이나 제품 홍보를 넘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경험형 콘텐츠로 브랜드 인식을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1층 체험존에서 방문객들이 제한시간 11초 안에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1층 체험존에서 방문객들이 제한시간 11초 안에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팝업스토어에 입장한 방문객은 먼저 2층 체험존에서 ‘손가락 훈련’ ‘동체시력’ ‘순발력’ 등 게임형 미션 부스를 차례로 거친다.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1층 메인게임에 도전할 수 있다. QR코드를 이용해 앱을 설치하거나 로그인하면 추가 도전기회가 주어진다. 오프라인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구조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마케팅 전략이 적용된 셈이다. 

현장을 찾은 한 20대 여성은 “온라인쇼핑 앱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며 “테마파크처럼 체험 요소가 많아 게임도 즐기고 상품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30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2층 ‘손가락 체험’ 존에서 방문객들이 게임 참여 방법을 안내받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2층 ‘손가락 체험’ 존에서 방문객들이 게임 참여 방법을 안내받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이번 행사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중국산 저가 플랫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한국 소비자에게 보다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광군제를 앞두고 국내에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사업을 담당하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최근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의 직접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운영체계를 갖췄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가 5대5 비율로 설립한 JV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다. JV 설립 과정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외국인투자기업 등록을 청산하고 한국사업자등록을 취득하며 공식적으로 ‘한국 기업’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가 중국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은 가장 큰 한계다. 초저가 상품과 빠른 배송 서비스인 케이베뉴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였지만 품질 논란과 가품 우려, 고객 응대 미흡 등이 신뢰 형성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MZ세대의 생활 동선과 맞닿은 공간을 선택했다. 성수는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브랜딩의 성지’이자 유행과 소비흐름이 가장 빠르게 검증되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특히 지하철역 바로 앞에 팝업존을 설치해 기존 고객뿐 아니라 ‘중국 직구 앱’에 관심이 없었던 잠재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유입도 이끌어냈다.

다만 이번 팝업스토어가 장기적인 플랫폼 이용으로 이어지려면 서비스 품질 개선과 소비자 신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랜드 경험이 긍정적이더라도 배송 안정성, 고객 응대, 가품·환불 대응 등 구매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이용으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기존에 제기돼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해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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