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보조 사양인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이 작동되고 있는 테슬라 신형 모델Y/사진=조재환 기자
주행보조 사양인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이 작동되고 있는 테슬라 신형 모델Y/사진=조재환 기자

 

테슬라는 현대자동차보다 빠르게 국내 차세대 주행보조(ADAS) 기술 도입에 앞장서 왔다. 현대차가 ‘스마트크루즈컨트롤2(SCC2)’과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국내 적용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사이 테슬라는 복잡한 서울 시내에서 자체 완전자율주행(FSD) 시험 영상을 먼저 공개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테슬라 최신 ADAS 도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흐름은 다르다.

테슬라가 한국에서 완전자율주행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본 시점은 2019년 12월이다. 테슬라는 당시 ‘연말 선물’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OA)을 국내 차량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약 700만원이었던 FSD 옵션을 선택한 소비자 다수는 이를 환영했고 이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NOA 기능은 실제 적용됐다. 고속도로·간선도로에서 경로 파악과 자동 차선변경이 가능한 점이 핵심이었다.

현대차는 자동차선변경 기능을 포함한 HDA2를 2019년 제네시스 GV80에 먼저 넣으려 했다. 하지만 GV80 출시가 2020년초로 연기되면서 HDA2 공개 시점은 테슬라 NOA보다 늦어졌다. HDA2는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작동해야 차선 변경이 이뤄지는 구조였고 테슬라 NOA 대비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현대차는 HDA2 사용 편의성 개선과 고도화를 추진했고 2020년 12월 온라인으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3단계 ‘고속도로자율주행(HDP)’ 도입 계획을 처음 밝혔다. HDP는 SAE 기준 레벨3 구현이 가능해 고속도로나 간선도로 진입 시 차량이 운전자 대신 자동 조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HDP는 2023년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 적용이 예상됐으나 내부 사정으로 불발됐다.

 

2024년 11월 서울 성수동에 전시된 기아 더 뉴 스포티지 전시 차량은 양산 직전 단계였다. 양산 직전 단계 차량 디스플레이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플러스(HDA+) 설정이 가능한데 실제 양산 차량엔 이 기능 선택이 불가능하다. 기아는 국가별 법적 규제 차이로 국내서 HDA+를 쓸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조재환 기자
2024년 11월 서울 성수동에 전시된 기아 더 뉴 스포티지 전시 차량은 양산 직전 단계였다. 양산 직전 단계 차량 디스플레이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플러스(HDA+) 설정이 가능한데 실제 양산 차량엔 이 기능 선택이 불가능하다. 기아는 국가별 법적 규제 차이로 국내서 HDA+를 쓸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조재환 기자

 

테슬라가 글로벌 FSD 실현 시점을 계속 조율하자 현대차는 2024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SCC2 개발 사실을 처음 언급했다. 기아 역시 2024년 타스만·스포티지 공개 당시 운전자가 전방을 보고 있을 경우 경고음을 최소화하는 HDA+를 공개했다. 그러나 SCC2와 HDA+ 모두 국내 적용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아 관계자는 “국내는 보험 문제 등이 겹쳐 탑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차세대 ADAS 적용 시점을 고심하는 동안 테슬라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감독형 FSD가 탑재된 테스트 차량으로 서울 시내 시범주행을 진행했고, 12일 강남 일대 주행 영상을 X(트위터)에 공개했다. GM 한국사업장 역시 현대차보다 앞서 차세대 ADAS ‘슈퍼크루즈’ 도입 계획을 밝히며 현대차의 기술 경쟁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플레오스 커넥트’ OS 적용 차량 발표와 동시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 전략에 맞춘 ADAS 방향성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슬라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테슬라코리아 블로그 안내 내용을 종합하면 국내 초기 도입되는 감독형 FSD는 중국 생산분이 아닌 미국 생산분 4세대 하드웨어(HW4) 장착 차량에서만 우선 작동한다. 이달 국내 인도되는 사이버트럭과 모델 S·X가 그 대상이며 중국산 모델3(하이랜드)·모델Y(주니퍼)와 HW3 장착 미국산 모델3·Y는 현 시점에서 감독형 FSD 적용이 불가하다. 결과적으로 1억원 이상 차량 중심으로 FSD가 먼저 도입되면서, 현대차가 ‘보편화’를 목표로 한 ADAS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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