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창의력책임자(CCO)가 13일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창의력책임자(CCO)가 13일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게임전시회 '지스타(G STAR) 2025'에서 체질 전환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메인 스폰서로 지스타에 참여해 신작 5종을 선보였다. ‘대규모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MMO)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동시 론칭·퍼블리싱·장르 확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한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19일 자체 개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 출격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퍼블리싱 타이틀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와 ‘타임 테이커즈’로 단기 성과를 노린다. 이후 자체 개발 오픈월드 슈터 ‘신더시티’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호라이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MMORPG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여 중장기 성장을 노린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지스타는 우리의 현재를 넘어 미래의 첫 장면을 여는 무대”라며 “MMORPG의 본질을 유지하되 슈팅·액션·서브컬처까지 엔씨만의 색깔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아이온2·퍼블리싱 2종으로 단기 성과 포석

먼저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와 퍼블리싱 신작 2종을 선보인다. 아이온2는 원작 ‘아이온’의 천족·마족 구도와 8개 클래스를 계승하면서, 월드를 36배 확장하고 자유 비행·수영·수동 전투 시스템을 도입한 MMORPG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지스타에서 파티 던전 ‘원정’과 8개 클래스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버전을 선보였다.

 

백승욱 엔씨소프트 아이온2 총괄 프로듀서가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백승욱 엔씨소프트 아이온2 총괄 프로듀서가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백승욱 엔씨소프트 아이온2 총괄 프로듀서는 “아이온2는 원작이 꿈꿨던 이상을 지금 기술로 구현한 작품”이라며 “지스타 시연을 통해 이용자들이 출시 전에 자신에게 맞는 클래스를 미리 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를 한국과 대만에 동시 출시한 후 내년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 론칭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퍼블리싱 타이틀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와 ‘타임 테이커즈’가 출시될 예정이다.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는 애니메이션 연출과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을 결합한 작품으로, 캐릭터 중심 서사를 앞세운다. 타임 테이커즈는 시간 자원을 둘러싼 생존·성장 구조를 가진 타임 서바이벌 슈터다. 두 작품 모두 글로벌 동시 론칭을 목표로 한다.

임원기 엔씨소프트 퍼블리싱 사업 총괄은 “엔씨소프트가 MMO 개발사라는 이미지가 강해 퍼블리싱 시도에 대해 의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개발사들과 매일 소통하고 필요하면 직접 찾아가 협업 구조를 다듬어 왔고, 이 두 작품을 시작으로 퍼블리싱 역량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신더시티·호라이즌으로 중장기 성장축 재편

중장기 성장 축은 자체 개발작 ‘신더시티’와 협업 IP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가 담당한다.

신더시티는 자회사 빅파이어게임즈가 개발 중인 오픈월드 택티컬 슈터다. 21세기 서울과 23세기 미래 기술이 공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코엑스·봉은사 등 실제 도시 지형을 3D로 구현했다. 이용자는 도심을 무대로 임무 수행, 협동 전투, 대형 보스전 등을 즐길 수 있다.

배재현 신더시티 총괄 프로듀서는 “현재까지는 내부 테스트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올해 이후 글로벌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와 비공개테스트(CBT)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신더시티 역시 글로벌 동시 론칭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는 SIE 산하 게릴라의 ‘호라이즌’ IP를 기반으로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협동 이용자·환경 간 전투(PvE) MMORPG다. 이용자는 기계 몬스터의 약점을 파괴하고, 와이어를 활용해 접근하며 함정을 설치해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거대 기계를 공략한다. 기존 엔씨소프트 MMORPG가 이용자 간 전투(PvP) 중심 구조를 강조해 온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이성구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총괄 프로듀서가 발표하는 모습/사진=최이담 기자
이성구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총괄 프로듀서가 발표하는 모습/사진=최이담 기자

이성구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총괄 프로듀서는 “호라이즌은 협동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이라며 “호라이즌 팬뿐 아니라 MMORPG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그는 “아이온2와 같은 결의 ‘착한 과금’ 모델을 지향한다”며 “한국식 가챠 중심 BM은 도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는 내년 FGT·CBT를 거쳐 2026년 전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글로벌 동시 론칭을 전제로 준비되고 있다.

 

엔씨소프트 게임 개발진들. (왼쪽부터) 배재현, 황성진, 임원기, 백승욱, 김남준, 이성구, 최홍영 프로듀서. 
엔씨소프트 게임 개발진들. (왼쪽부터) 배재현, 황성진, 임원기, 백승욱, 김남준, 이성구, 최홍영 프로듀서. 

 

글로벌 동시 론칭·AI·빅테크 협력

이번에 공개한 엔씨소프트의 전략에는 세 가지 공통 키워드가 깔려 있다. 글로벌 동시 론칭, AI 기반 개발, 빅테크와의 협력이다.

우선 신작 5종 대부분이 글로벌 동시 론칭 또는 글로벌 동시 론칭을 전제로 개발되고 있다. 특정 지역 단독 출시가 아니라, 일본·대만을 포함한 주요 지역을 하나의 론칭 패키지로 묶는 방식이다. 퍼블리싱 2종, 신더시티, 호라이즌 모두 첫 공개 단계부터 글로벌 서비스 전략과 연동돼 있다.

개발 체계에서는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호라이즌 개발팀은 엔씨소프트 내부 AI 센터와 협업해 NPC 생성, 전투 밸런스 조정, 개발 문서 작성, 아트·코딩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 AI를 도입했다. 이성구 총괄 프로듀서는 “호라이즌 개발팀은 엔씨소프트에서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신작에서도 AI 활용도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엔씨소프트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지스타 현장에서 최신 GPU와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한 시연 부스를 운영했다. 과거 리니지2 시절부터 이어진 관계를 확장해, 차세대 게임 개발·서비스 인프라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날 <블로터>와 만난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계속 선보이려고 한다. 내년 뿐만 아니라 2027~2028년의 장기 로드맵도 준비하고 있다"며 "첫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는데 개발진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준비 잘해주셔서 기분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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