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리서치는 식각 분야의 강자로 알려져 있으나 수십 년간 증착과 박막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첨단 패키징 공정 혁신을 이끌어왔습니다"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웨스틴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벡터 테오스 3D'를 소개하고 자사 기술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 등과 함께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업체로 불리는 램리서치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53억2400만달러(약 7조6300억원)의 매출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AI 확산으로 본격화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첨단 패키징 기술 리더십을 앞세워 사업 기회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식각·증착 노하우 첨단 패키징에 접목…HBM 등 적층 난제 해결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는 전날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차세대 증착 장비 '벡터 테오스 3D'를 소개하고 자사 기술력에 대해 설명했다. 증착은 반도체 공정 중 회로 간의 연결 및 보호를 위해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히는 과정이다.
이번 행사에서 박준홍 대표는 "AI가 촉발한 반도체 혁신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기존 '칩 설계' 중심에서 '패키징 기술'로 반도체 혁신의 무게 중심이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은 AI 시대의 연산 병목을 해소하는 핵심 솔루션"이라며 "AI가 바꾸고 있는 지금 패키징은 단순한 후공정이 아니라 시스템 효율을 결정짓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308억달러 규모인 글로벌 메모리 패키징 기술은 2030년까지 연평균 5.5%씩 성장해 40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혁명 속에서 성능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장비 및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직·3D 적층 등 후공정 단계에서의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램리서치는 메모리 월(병목 현상)을 극복하며 AI 구현에 혁신적인 역할을 하는 HBM 역시 최근 새로운 기술적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고 봤다.
AI가 추론 영역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른 속도로 처리할 필요가 높아졌고 HBM 등 적층 기술을 기반으로 양산되는 칩의 경우 층수가 쌓일수록 웨이퍼가 휘거나 응력으로 인해 모양이 변형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치핑 리 램리서치 글로벌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총괄은 "적층 높이와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공정 중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높아져 웨이퍼가 휘거나 변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필름 내 균열(크랙)과 공극으로 인한 결함 및 수율 저하 등 다양한 문제도 나타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은 신호 경로 최적화나 처리 속도 향상은 물론 폼팩터의 소형화 등의 구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최첨단 장비로 고객 요구 대응…차세대 HBF 양산 지원도 대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램리서치는 수십 년간 쌓은 유전체 증착 및 박막 형성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증착 장비 '벡터 테오스 3D'를 선보였다. 기존 전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던 증착 장비를 3D 패키징에 적합하도록 개발했다.
신제품은 절연막(산화막) 전구체 소재인 테오스 활용과 웨이퍼 고정(클램핑) 기술, 네 개의 독립 스테이션으로 구성된 모듈형 설계를 통해 기술 난제를 해결한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장비 대비 성능은 70% 높이고 비용은 20% 절감했다.
치핑 리 기술 총괄은 "신제품은 고중량 또는 휘어진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를 유지한 채 최대 60마이크론 두께의 유전체 필름을 형성할 수 있다"며 "공정 조건에 따라 100마이크론 이상까지 확장도 가능해 패키징 불량을 최소화하고 열적·기계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램리서치의 독자적인 클램핑 기술과 페디스탈 설계를 적용해 휘어진 웨이퍼에서도 균일한 필름 증착을 구현한다"며 "이 기술은 웨이퍼를 흔들림 없이 고정하고 열과 기계적 응력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크랙 없는 두꺼운 필름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램리서치는 신제품이 현재 시스템반도체 생산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메모리 기업에도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드리 찰스 램리서치 기업 전략 및 어드밴스드 패키징 부문 수석 부사장은 이날 벡터 테오스 3D의 공급 규모나 고객사 이름 등에 대해 언급을 조심하면서도 "로직·메모리 분야에서 1년 이상 양산에 적용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준홍 대표 역시 "HBM 시장에선 하이브리드 본딩이 적용되는 시점에 장비 활용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회를 살피고 있다"며 "현재 국내 주요 고객사의 3D 패키징과 파운드리 사업에서 운영 경험을 쌓았다"고 부연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차세대 AI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플래시(HBF)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HBF는 낸드를 적층해 대역폭을 끌어올린 메모리로, 용량 한계 등 HBM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는 "연초 HBF라는 개념이 샌디스크에서부터 출발했는데 과연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고객들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HBM 제조 장비들이 HBF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많이 쓰일 것 같아 HBF가 메인스트림이 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램리서치도 빠르면 내년쯤 이와 관련한 기술 로드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앞서 램리서치는 2022년 경기도 용인에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구개발(R&D) 센터를 개관했고 지난해에는 제조 공장와 물류 센터, 사무 시설을 한곳에 모은 용인캠퍼스를 조성했다.
박 대표는 "용인 R&D센터의 경우 '데모랩'에서 발전해 직접 고객이 와서 함께 공정개발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인력 양성 면에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인 '세미버스 솔루션'을 활용한 산학정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내년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