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가 지속 성장에 필요한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성과 성과 창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승진키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컴포넌트사업부에서 승진자를 다수 배출하며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 인사 기조를 지속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날 부사장 2명, 상무 6명 등 총 8명을 승진 발령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인사 규모는 지난해 부사장 2명, 상무 7명, 마스터 1명 등 총 10명이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올해 부사장 승진자는 모두 주력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을 담당한 이들로 채워졌다. 김현우 컴포넌트사업부 텐진생산법인장 부사장은 MLCC 제조기술팀장을 거치며 전문성을 키워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최연소 부사장 승진자인 이충은 MLCC개발팀 담당임원은 MLCC제품개발2 그룹장을 거쳐 개발 역량을 발휘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PC를 비롯해 가전제품, 서버,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일명 '전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중국 텐진 사업장은 부산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삼성전기의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 2018년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발달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텐진에 MLCC 2공장을 건설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조38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수요 확대로 컴포넌트 사업부 생산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99%에 달한다. 전년 동기(83%) 대비 16%p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 앤드 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MLCC 시장 규모는 올해 150억달러(약 22조원)에서 오는 2030년 219억3000만달러(약 32조2000억원)로 확대될 전만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7.9%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번 MLCC 호황기에 삼성전기가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MLCC 시장에서 일본 무라타가 약 40%의 점유율로 1위, 삼성전기가 약 20%로 2위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AI 서버용 MLCC만 놓고 보면 삼성전기의 점유율은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AI 서버는 전력 소모와 정보 처리량이 커 부가 가치가 높은 수요처로 꼽힌다. 가령 스마트폰에는 약 1100개의 MLCC가 탑재되는 반면 최신 AI 서버 한 개에는 MLCC가 약 2만8000개 들어간다. 전장 분야 역시 전기차 한 대에는 약 2만∼3만 개의 MLCC가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퍼런스콜에서 "AI 서버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 및 전장용 대형 고용량 제품 수요 증가로 MLCC 수급이 타이트하다"며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삼성전기는 MLCC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수익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기는 부산, 톈진, 필리핀 등에 MLCC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데 필리핀에 신규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이달 초 부산사업장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필리핀 경제특구청(PEZA)과 MLCC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삼성전기는 "MLCC, 인덕터, 패키지 기판, 카메라 모듈용 렌즈 등 주요 사업에서 기술·시장 변화 대응과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이끌 인재를 고르게 선발했다"며 "고객 중심의 기술·품질 경쟁력 강화를 이끌 리더들도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