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게임즈 사무실 라운지 현판 /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게임즈 사무실 라운지 현판 /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가 재무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당장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 850억원의 만기를 2년 연장해 숨통을 틔웠고, 보유하고 있던 크래프톤 주식으로 교환사채(EB) 422억원을 상환했다. 영업 실적도 개선되면서 손실 규모가 2분기보다 37% 줄었다.

18일 카카오게임즈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2분기에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850억원의 만기를 2년 연장했다. 단기차입금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다. 회사가 당장 현금이 부족하면 빚을 제때 못 갚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 빚의 상환 기간을 늘려 장기차입금으로 바꿨다. 

단기차입금을 장기로 돌렸기 때문에 당장의 상환 부담은 줄었지만, 빚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이자 비용 부담은 계속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로 회사는 급하게 현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졌고, 게임 개발이나 운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에 교환사채 422억원을 크래프톤 주식으로 상환했다. 교환사채는 발행회사가 보유한 다른 기업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환사채(CB)와 비슷하지만 발행회사의 주식이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교환사채는 채권자가 원하면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크래프톤 주식으로 바꿔줄 수 있는 구조였다. 3분기에 채권자들이 교환권을 행사하면서 422억원어치 사채가 크래프톤 주식으로 전환됐다. 카카오게임즈는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보유 주식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부채를 줄였다. 현금 상환 부담이 사라진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실제 교환권 행사 규모는 약 380억원이며, 분기보고서에 기재된 422억원은 교환 당시 주가를 반영한 회계상 평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 3분기 부채 조정 요약표/자료=분기보고서, 표=최이담 기자
카카오게임즈 3분기 부채 조정 요약표/자료=분기보고서, 표=최이담 기자

이 과정에서 교환사채와 관련된 파생상품부채도 크게 줄었다. 별도 기준 파생상품부채는 올해 초 1033억원에서 3분기 말 673억원으로 360억원(35%) 감소했다. 파생상품부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권리의 가치를 회계장부에 적어둔 것인데, 실제로 주식으로 바뀌면서 이 숫자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즉 카카오게임즈는 850억원을 갚을 시간을 벌고, 422억원의 부채를 제거했다. 총 1272억원 규모의 부채 압박을 조정한 셈이다.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실제 사업 성과도 나아졌다. 카카오게임즈의 3분기 매출은 1275억원으로, 2분기(1158억원)보다 117억원 늘었다. PC 온라인 게임의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영업손실은 54억원으로 2분기(86억원)보다 32억원 줄었다. 손실 폭이 36.8% 개선된 것이다. 여전히 적자이긴 하지만 적자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섰다. 넵튠 지분을 7월에 크래프톤에 팔았고 골프사업부문도 10월에 매각을 완료했다. 게임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된 셈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당장의 빚 압박에서 벗어나고 부채를 줄이면서 재무 안정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이 나고 있어 앞으로 실제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시너지가 적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재무건전성과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비용 측면에서는 마케팅비와 사업비를 탄력적으로 관리해 단기적으로 수익성의 가시적인 개선을 도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분기 ‘슴미니즈(SMiniz)’를 시작으로 모바일, PC, 콘솔 등 여러 플랫폼을 고려한 다채로운 장르 게임 출시가 예정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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