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사진 제공=기업은행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사진 제공=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으로부터 현지법인 영업인가를 취득하며 동유럽 사업 확장 전략의 핵심 단계에 진입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폴란드에서 공식 인가를 받았는데, 한국계 은행 가운데 폴란드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

앞서 기업은행은 2023년 5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사무소를 열고 유럽 공급망 재편 흐름에 맞춰 동유럽 금융 거점 확보 작업을 준비해 왔다. 방산·에너지·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폴란드·체코·헝가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고객이 현지에서 겪는 금융 공백이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현지법인은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인가 과정은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유럽연합(EU)은 금융보안·거버넌스·리스크관리 체계에 대해 국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요건을 요구한다. 기업은행은 폴란드 금융당국이 제시한 정보기술(IT) 보안 인증, 내부통제 기준,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사무소 주재원을 10명 이상으로 늘리며 외형도 키웠다. 수차례 실사와 보완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지원도 더해졌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인가의 전략적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폴란드는 최근 유럽 내 핵심 제조·물류·방산 기지로 빠르게 부상했다. 국내 배터리·자동차 부품·방산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폴란드 누적 투자액은 60억달러(9조원)에 이른다.

특히 이번 법인은 단일 국가 법인이 아니라 EU 영역을 총괄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주요 생산 기지까지 지원 범위가 확장된다. 기업은행 해외 네트워크가 기존 중국·동남아 중심에서 유럽으로 본격 확대되는 전환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김 행장의 전략 기조와도 맞물린 성과다. 그는 취임 직후 '수출입 금융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핵심 경영 의제로 제시하고 방산·에너지 분야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했다. 폴란드 법인 설립은 이러한 전략의 실질적 결실이라는 평가다.

법인이 본격 영업에 들어가면 기업은행의 금융 서비스 범위는 크게 넓어진다. 기존 사무소 단계에서는 불가능했던 현지 통화 기반 대출, 수출입 보증, 무역금융 등이 가능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유럽 프로젝트 참여도 용이할 전망이다. 특히 폴란드 정부가 에너지·방산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공동 프로젝트 금융 패키지를 기업은행이 주도할 여지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확장을 단기 수익으로 연결되는 사업이라기보다 전략적 거점 확보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공급망 재편이라는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한국계 은행이 유럽에서 '현지 법인'을 확보하는 것은 향후 사업 확장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가치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앞으로 폴란드 법인을 전진기지 삼아 동유럽 전역의 기업금융·투자금융·수출입 금융을 연계한 'EU 통합 금융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 벨트 전략이 가시화되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EU 금융 규제를 충족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전사적으로 역량을 결집하고 정부 기관의 지원이 더해져 인가를 취득할 수 있었다"며 "동유럽 생산기지에 진출한 고객 기업을 중심으로 밀착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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