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이 올해 실행분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5대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창구가 사실상 모두 닫히게 된다. 하나은행도 25일부터 주담대·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미 9월 기준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고 우리은행은 지점당 월 10억원 한도로 '선착순'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1금융권 대출이 막히자 차주들은 2금융권과 우회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2금융권도 대출을 제한하면서 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 심지어는 저축은행 자동차담보대출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2일부터 비대면, 24일부터 대면 주담대를 중단한다. 또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갈아타는 타행대환 대출(주담대·전세·신용대출)과 일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신청도 받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1금융권이 규제를 받으면 2금융권이 수요를 받아주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보다 먼저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화재는 10월30일부터 비대면채널 주담대 신규 접수를 전면 중지했고, 대면채널에서도 12월 집행분 접수를 마감했다. 10개 보험사(생명보험 5개, 손해보험 5개)의 주담대 잔액은 10월22일 기준 48조8728억원으로 6월 말 대비 약 4500억원 감소했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로 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있다. iM뱅크는 6월부터 수도권 주담대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월별 상환액을 높여 대출한도를 실질적으로 축소하는 조치다. 이와 함께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도 3억원으로 제한했다.
은행과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모두 높아지자 자금이 급한 실수요자들은 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적금담보대출은 예금금리에 1%p 정도를 더해 돈을 빌리는 것으로, 당장 현금이 없거나 추가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고육지책을 선택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 잔액 역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0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2201억원으로 전월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고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자금을 융통하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 은행들의 대출한도가 초기화되면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무너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하기로 결정해 주담대 공급여력이 연 20조~30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주들은 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 가능한지에 집중해 1·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가능한 담보까지 모두 찾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의지로 대출받을 길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