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카드가 국내외 신용판매 시장에서 13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올해 10월 말 기준 누적 신판 취급액은 약 147조3020억원으로 전년동기(137조5502억원)보다 7.1% 늘었다.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취급액 기준 1위에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신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2년간 상품 라인업을 다시 구성하면서 고객층을 재정비한 것을 이번 성적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는 프리미엄 카드와 보편적 카드의 중간가격대가 비어 있던 시장을 '부티크 카드'로 채웠다. 최근에는 11년 만에 '알파벳 카드' 시리즈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용 규모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현대카드 회원 수는 약 1264만명으로 지난해(1217만명)보다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이용액은 약 118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발급량보다 실제 사용패턴이 신판 실적을 가르는 만큼 최근의 상승세로 현대카드가 원하는 고객 구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금리가 높고 소비가 둔화하면 신용카드 사용액이 쉽게 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대카드의 신판 취급액이 계속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간편결제나 비카드 기반의 결제수단이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에서도 신판이 여전히 핵심 지표라는 점도 주요 포인트다.
현대카드는 카드 본연의 사용경험과 상품설계 경쟁력에 방점을 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혜택과 라인업 중심의 전략이 이용패턴을 뒷받침해왔다는 평가다.
이번 1위 기록 역시 현대카드 특유의 방향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다만 신판 취급액 1위가 곧 수익성 우위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550억원으로 경쟁사인 삼성·신한·KB국민카드보다 낮다. 그동안 현대카드의 카드대출 비중이 낮아 고수익 부문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및 연체 리스크 관리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포트폴리오는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는 구조에 가깝다"며 "신판 취급액은 높지만 수익성과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카드의 신판 취급액 1위 유지가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비둔화 국면에서 실제 사용액이 늘어난 카드사가 드문 만큼 내년에는 이용액 지표가 주요 성과 지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총량관리 강화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카드론·현금서비스보다 카드업 본연의 경쟁력이 향후 실적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10월에도 신용판매 1위를 유지했다"며 "앞으로도 우량회원 중심의 성장과 건전성 중심의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