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9월18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정보보안 운영 현황 및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홍준 기자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9월18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정보보안 운영 현황 및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홍준 기자

롯데카드 해킹사태에 따른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일이 오히려 회사의 체질과 가치를 재해석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사고를 인지한 직후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이후 조기대응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의 책임경영까지 이어지면서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카드의 중장기 전망을 다시 들여다보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 수년간 구축해온 사업기반과 고객·디지털 경쟁력이 안정적인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변수가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의 조정 흐름에서 벗어나며 본업의 체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수익은 6.3% 늘었고 조달비용 상승도 1.2%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자회사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의 흑자전환이 실적변동성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체질개선은 이미 몇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조 대표 취임 이후 회사는 '카드사 본연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총자산은 2019년 13조6531억원에서 2024년 24조9477억원으로 80% 이상 늘었다.

단순 외형 확장이 아니라 상품, 디지털, 리스크 관리 등 주요 축을 동시에 재정비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영업수익도 지난해 처음으로 3조원을 넘기면서 규모와 안정성이 함께 강화됐다.

시장점유율 흐름도 뚜렷한 변화를 겪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개인·법인 신용판매 기준 점유율 10.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점유율 정체를 겪는 상황에서도 롯데카드는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같은 기간 회원 수는 846만명에서 957만명으로 늘었다. 단순 발급확대보다는 이용액 증가와 유지율 개선 등이 함께 나타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상품경쟁력 강화는 성장의 가장 큰 축이다. 대표 사례가 2020년 출시된 '로카(LOCA) 시리즈'다. 실적과 혜택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세트카드 방식으로 고객 사용 편의를 높인 결과 4년 만에 400만장을 돌파했다. 혜택 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재설계한 것이 우량고객 기반 확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롯데카드 회원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이용액은 2019년 대비 약 21% 증가했다.

롯데카드의 최근 분기별 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롯데카드의 최근 분기별 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디지털전환도 빠르게 진행됐다. 롯데카드는 2022년 '디지로카(Digi-LOCA)' 앱을 전면 개편하면서 고객맞춤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조회 중심에서 추천·혜택 기반 구조로 바뀌며 이용 편의가 높아진 가운데 디지로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019년 195만명에서 지난해 말 480만명으로 늘었다. 

해외 자회사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 역시 성장세가 확실하다. 자산은 2020년 말 대비 6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에는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3분기 66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리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에 자체 신용평가모델 구축과 현지 제휴기반 확대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단기 비용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3분기 연체율은 2.35%로 일부 부실 요인 때문에 상승했다. 아울러 해킹사고와 관련된 보상, 보안 강화, 재발방지 시스템 구축 비용 등도 4분기 이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단기 조정 구간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미 롯데카드가 선제적으로 밝힌 부실 정리, 비용처리 계획이 충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이번 사고를 레버리지로 삼아 롯데카드의 중장기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태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정보공개, 조기대응, 대표의 책임경영이 지배구조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카드사 매물이 드문 시장 환경, 안정적인 고객기반, 디지털채널 확장성, 해외법인의 성장성까지 더해지면서 롯데카드의 중장기 가치가 재평가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축이 뚜렷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며 "위기를 넘긴 조직이 이후 기회를 잡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롯데카드의 '재평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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