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이 마무리된 직후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규제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수출 등 삼성바이오와 접점을 가진 규제들의 변화가 각각 다른 시점과 속도로 나타나면서 분할 이후 두 회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달라지고 있다. 동일한 지주 아래 편제됐지만 규제의 작용점이 달라지면서 향후 전략속도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규제 3종 변화, 분할 직후 사업군별로
24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CDMO 전용 규제 및 지원책 논의(한국) △바이오시밀러 허가 수수료 인상(한국) △미국 의약품 관세 검토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들 규제는 적용범위와 시행속도가 서로 다르며, 일부는 확정됐고 일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인적분할을 마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 법인들은 각기 다른 사업구조를 갖추게 돼 동일한 규제 환경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구조가 규제 리스크를 '사업군 단위'로 명확히 분리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가 각기 다른 법인과 심사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규제 변화가 두 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구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규제 적용 강도와 시점이 상이할 경우 투자계획이나 개발일정의 속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DMO 법안은 생산시설 인증, 공정 밸리데이션 기준, 품질관리(QC) 요건 등을 개별 CDMO 사업자로 분리해 적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법안에 공정 변경 시 보고절차 강화, 문서화 의무 확대 등이 포함될 가능성도 부상한다. 인증체계가 강화될 경우 설비투자 요건이 상향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업계가 주시하는 부분이다. 다만 제도화 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적용시점과 요건은 유동적이다.
바이오시밀러 허가 수수료는 기존 803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인상되며, 심사 기간은 406일에서 295일로 단축된다. 또 심사과정에서 일부 안정성·품질자료 제출 요구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미 간 의약품 관세협상 끝에 최혜국 대우(관세율 15%)를 받게 됐지만 세부 품목 협상에 따라 바이오시밀러의 관세율이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CDMO·바이오시밀러 각기 다른 영향
CDMO 법안의 인증·품질관리 기준이 높아질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거점 관리와 설비 투자 리듬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화된 요건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공정변경 절차나 문서화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 기준과 국내의 제도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 공정효율화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중규제 환경을 반영한 공정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인증체계가 상향될 경우 신규 공정 도입과 증설 속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밸리데이션 절차와 병행해야 해 공정전환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CDMO의 특성상 글로벌 고객사의 일정과 규제 일정이 동기화돼야 한다는 점 역시 부담 요소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도 확정 이전에 설비계획에 대한 복수의 시나리오 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허가비 증가와 심사체계 변화가 개발비용 및 일정관리 측면에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가 단계에서 요구되는 자료의 범위가 넓어질 경우 초기 설계부터 비용이 상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사기간 단축은 긍정적이지만 준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점은 변수다. 업계에서는 허가비 증액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관세 논의는 바이오시밀러 수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적용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지역별 판매전략을 복수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 여부가 향후 수출 포트폴리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규제 속도 차이가 만든 전략 비동기화
시장은 분할 이후 두 회사에 적용되는 서로 다른 규제 속도와 강도로 향후 1~2년간 전략 조정 폭이 더 커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규제 변화가 사업군별로 선별 작동하는 구조로 분할기업 특유의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다. 제도 확장 시점과 적용 범위에 따라 대응전략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관건으로는 CDMO 법안 확정 여부와 시행시점이 지목된다. 기준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정 조정 속도나 증설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 규제는 허가비와 심사 기준이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돼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속도 차이는 전략 우선순위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규제지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기업들이 복수의 개발·생산 시나리오를 동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규제적용 범위가 확정되면 비용구조와 일정한 정도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규제의 변동 폭을 가정한 장기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과거 수주이력을 근거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80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며 "관세·약가 등 미국의 정책 리스크가 해소되며 고객사들의 중단됐던 의사결정이 재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공장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인적분할의 이유는 이해상충 해소이기에 분할 이후 수주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