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가장 효율적인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찾는 게 SK그룹 전체의 미션이며 AI는 더이상 스케일 경쟁이 아니라 효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AI 수요·성장 속도 폭발적…"스케일 넘어 효율 경쟁 돌입"

SK그룹은 AI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한다는 의미의 'AI 나우 앤 넥스트(Now & Next)'를 주제로 이날부터 오는 4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SK AI 서밋을 진행한다.

SK AI 서밋은 매년 반도체, 에너지솔루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에이전트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 걸친 SK그룹의 경쟁력을 국내외 기업과 학계에 소개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컨퍼런스다.

먼저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지금'에 해당하는 글로벌 AI 산업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올해 작년보다 더 많은 3만5000명이 행사에 참여했다"며 "APEC도 그렇고 이렇게 많이 모인 것 자체가 AI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AI 산업은 초기 단계라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많은 기업이나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올해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금액은 6000억달러(약 800조원)에 이르고 지난 5년간 연평균 24%씩 성장했는데 오픈AI와 메타 등 각 빅테크 기업들이 밝힌 신규 투자 규모는 이미 이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금액 요약./사진=권용삼 기자

 

그러면서 최 회장은 AI 수요 증가 배경으로 △추론의 본격화 △기업간거래(B2B)의 AI 도입 △에이전트 AI의 등장 △국가간 소버린 AI 경쟁 등을 꼽았다. AI가 본격적으로 추론을 하게되면서 주어진 질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자신의 답에 대한 검증을 반복해 결과적으로 더 나은 답변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컴퓨팅(연산)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 회장은 SK의 역할로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 제공'을 꼽았다. 특히 SK가 집중할 분야로 △메모리반도체 △AI 인프라 △AI 활용 등을 제시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SK AI 서밋에서 AI 확산의 걸림돌으로 '수요, 공급의 불일치(병목현상)'를 지적했는데, 올해 행사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소개한 것이다.

최 회장은 "AI 컴퓨팅 파워 공급은 수요 성장세를 따라가기 어려워 미스 매치가 일어날 것"이라며 "미래에는 (메모리)칩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도 병목현상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많은 기업들로부터 메모리반도체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오픈AI로부터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월 90만장씩 공급해달라고 요청 받은 걸 예로 들었다.

이에 SK는 설비 투자와 기술 혁신을 양축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HBM 생산기지인 청주 M15X 공장을 완공해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2027에는 용인 클러스터에 팹(공장)이 가동될 예정인데 4개의 대형 팹이 들어갈 수 있는 부지로 한 팹에는 청주 M15X 팹이 6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또한 AI 인프라에 대해서 최 회장은 "SK는 스스로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반도체부터 전력, 에너지설루션까지 제공해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가장 이상적인 AI 인프라 구조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SK그룹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SK텔레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 구로구에 국내 최대 AI 컴퓨팅 클러스터 '해인'을 구축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와는 울산에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을, 오픈AI와는 지난달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발표했다.

AI 활용 측면에서는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협력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공장을 만들어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정을 완전 자율화한다. SK텔레콤의 '에이닷 비즈' 같은 업무용 AI 에이전트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AI의 문제를 푸는 건 결국 AI"라며 "생산 속도를 높이고 데이터센터 운영을 자동화·가상화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 비전 선언…"뉴 메모리 솔루션 구축"

이날 최 회장의 기조 연설 이후 진행된 키노트 세션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책임자(CEO) 사장의 발표도 진행됐다. 곽 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고객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갰다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곽 사장은 "그간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최적의 시점에 공급하는 것에 집중해 온 결과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며 "앞으로는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생태계와 활발히 협업해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새 비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메모리 솔루션이 컴퓨팅 중심으로 통합됐다면 미래의 '뉴 메모리 솔루션'은 메모리 역할을 더 다변화하고 확장해 고객들이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AI 추론 병목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책임자(CEO) 사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키노트 세션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책임자(CEO) 사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키노트 세션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이번 발표에서 곽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로드맵도 공개했다. 곽 사장이 공식 발표 자리에서 HBM5, HBM5E 등이 포함된 차세대 로드맵을 공개·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HBM4 16단(6세대) △HBM4E 8단·12단·16단(7세대) △커스텀 HBM4E를 순차 출시할 예정이며 HBM5(8세대)와 HBM5E(9세대)는 2029년부터 2031년 사이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곽 사장은 SK하이닉스의 뉴 메모리 솔루션으로 △커스텀 HBM △AI-D(D램) △AI-N(낸드) 등을 제시했다. 그는 "AI 시장의 개발 방향이 범용성에서 추론 효율성, 최적화로 확장되고 있다"며 "HBM 역시 표준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커스텀 HBM은 고객 요청을 반영해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형반도체(ASIC)에 있던 일부 기능을 HBM 베이스 다이로 옮겨 GPU와 ASIC의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을 줄여 시스템 효율을 개선한 제품이다. 

AI-D는 총소유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지원하는 저전력 고성능 D램 제품들이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월'을 뛰어넘기 위해 초고용량 메모리 및 자유자재로 메모리 할당이 가능한 'AI-D B(브레이크스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또 응용분야 확장 관점에서는 로보틱스, 모빌리티, 산업 자동화 같은 분야로 용처를 확장한 'AI-D E(익스펜션)'을 준비하고 있다. AI-D E는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다른 용처에서 사용이 가능한 솔루션 제품이다.

AI-낸드에서는 초고성능을 강조한 'AI-N P(퍼포먼스)'를 비롯해 HBM 용량 증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적층을 통해 대역폭을 확대한 'AI-N B(밴드위드)', 초고용량을 구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AI-N D(덴시티)'의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AI-N P는 AI 추론 환경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 입출력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솔루션으로 내년 말 샘플 출시 예정이다.

이날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곽 사장은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HBM 협력뿐만 아니라 옴니버스,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AI 제조 혁신을 추진 중이다. 오픈AI와는 고성능 메모리 공급을 위한 장기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만 TSMC와는 차세대 HBM 베이스 다이 등에 대해서 협업 중이다. 이 외에도 샌디스크와는 HBF의 국제 표준화를 준비 중이다.

곽 사장은 "AI 시대에는 혼자만의 역량이 아닌 고객 및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업체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고객 만족과 협업의 원칙 아래 최고의 파트너들과 기술발전 협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