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현판 /사진 제공=금융위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현판 /사진 제공=금융위

빚까지 내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늘어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 수장들의 최근 발언이 연달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위는 의도가 왜곡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권에서는 시장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는 "빚투는 투자자 본인이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엄격한 리스크관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17일 전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신용대출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10월 들어 신용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하긴 했지만, 1월부터 10월까지 신용대출 잔액이 2조원 감소하는 등 과거와 비교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최근 금융위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 빚투를 용인하거나 가볍게 본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논란의 출발점은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빚투를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는 자본금을 지렛대로 삼아 외부 자금(부채)을 조달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권 부위원장은 당시 적정한 수준의 포트폴리오 관리, 감내 가능한 수준의 투자 등을 강조했지만, '빚투가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는 표현이 가계부채 관리를 책임지는 금융당국 고위 관료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국민의힘)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권 부위원장은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여기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그는 신용대출과 관련해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거나,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리스크 관리와 자기책임 원칙을 전제하긴 했지만, 신용대출 증가세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코스피가 사상 첫 4200선을 돌파한 지난달 기준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9251억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에는 불과 1주일 만에 이보다 많은 1조1807억원이 늘었다.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한 신용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13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40조5955억원으로 지난달 말(39조4672억원)과 비교해 1조1283억원 상승했다. 부동산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상승장이 이어지자, 종잣돈이 적은 젊은 세대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 등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신용대출은 개인들의 주식 투자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빚투가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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