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의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금융사기 예방 종합 대응체계'가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 그룹의 3대 핵심가치 중 하나인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기술, 인력, 대외공조를 아우르는 3중 방어막을 구축한 결과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7월까지 3634건의 보이스피싱을 차단하고 451억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전담 조직 인력을 2배 이상 증원하고,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정부·경찰청·가상자산거래소와의 협력 체계까지 구축한 결과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의 고도화다.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VMS)과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을 재정비하며, AI가 스스로 피해 사례를 분석해 수상한 거래 패턴을 미리 찾아내고 신속한 계좌 지급정지 등 예방조치를 하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사기이용계좌(대포통장) 탐지 위주에서 벗어나, 피해자가 금액을 이체하기 이전 단계에서 탐지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인적 대응 역량도 대폭 강화했다. 국민은행은 8월부터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전담 조직 인원을 기존 11명에서 25명으로 증원했다. 이들은 24시간 체계로 금융범죄 신호를 추적하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사기 수법에 대응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개별 금융사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통합 대응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올 3월 가상자산서비스 출시 후 20~30대를 중심으로 취업 미끼형 가상자산 악용 사기가 급증하자, KB금융은 빗썸(가상자산거래소)과 공동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빗썸으로 이전될 우려가 있는 피해 자금을 자동으로 지급정지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실무자 협의체를 통해 범죄자 서비스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협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내 '보이스피싱 AI플랫폼'을 출범할 예정으로, 이 플랫폼이 가동되면 금융·통신·수사 정보가 통합된 AI 분석 정보를 은행들과 공유하게 된다.
KB금융은 이와 연계해 고객별로 한층 정교하고 맞춤화된 사기 탐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찰청과 실제 피해 사례 발생 시 즉시 경찰 출동을 요청하는 '보이스피싱 골든타임 대응체계'를 마련했고 공동 홍보물 제작과 직원 교육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리딩금융 그룹으로서 KB금융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100% 예방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배상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이 참고한 영국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송금사기(APP)에 대해 의무 배상 정책을 시행했다. 송금은행과 수취은행이 책임을 50:50으로 분담하는 방식이다. 배상 상한액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로, 건수 기준 전체 사기의 99% 이상, 피해액 기준으로는 약 90%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현재 은행권 '자율배상'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272억원에 달했지만, 은행에서 지급한 배상액은 1594만원에 불과했다. 피해액의 0.01% 수준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송금한 경우는 배상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의 90% 이상이 이 유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교묘해지는 사이버 범죄에 맞서 AI 기술과 외부 기관 협력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분담 프로세스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