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시아 최대 부호'로 알려진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 만나 반도체, 차세대 통신, 미래 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전 사업영역에 걸쳐 양사 간 전략적 협력을 모색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암바니 회장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사장을 비롯해 김우준 네트워크 사업부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준희 삼성SDS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남궁홍 삼성E&A 사장, 이재언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이번 만남에서 이 회장과 암바니 회장은 반도체, 통신, 데이터센터, 배터리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암바니 회장은 이날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부터 사업 현황을 소개 받고 확정현실(XR) 기기인 갤럭시XR를 비롯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RGB 등 삼성의 신기술과 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그룹은 기존 화학·유통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최근 ICT 분야로 확대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등 향후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및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등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비롯해 배터리·EPC 등에서도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바니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다. 이번 방한에는 암바니 회장의 장남인 아카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 이사회 의장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오는 가입자 수가 5억명에 달하는 초대형 통신사로, 현재 인도 전역에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6G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삼성과 릴라이언스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2년에는 지오와 4G 네트워크 구축 계약 체결했다. 이후 2022년 12월에는 5G 무선 접속망 장비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회장과 암바니 회장과 역시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당시 결혼식에 초대받은 유일한 한국 기업인이였다. 암바니 회장은 장남과 장녀 결혼식에도 이 회장을 초대했다.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약 14억4000명) 대국으로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2024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1위(IMF) △국민 평균 연령 29세 등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는 20·30대 젊은 고객이 많고 중산층이 늘고 있어 스마트폰·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스마트폰이 출하되는 시장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을 비롯해 △첸나이 가전 공장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 △삼성 디자인 델리 △구루그람 판매법인 △리테일스토어 20만곳 △AS센터 3000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한다.
특히 2007년부터 모바일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노이다 공장은 2018년 신공장을 추가로 준공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향후에도 삼성전자는 인도 현지 특화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인도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인도에서 선보였던 △커드(수제 요거트)를 만들 수 있는 냉장고 △힌디어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적용한 인공지능(AI) 세탁기 △난(인도 전통 빵)과 피클을 만들 수 있는 전자레인지 등은 현지 시장에서 호평 받으며 회사 이미지 제고 및 실적 반등에 기여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된 이후 최근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잇따라 주요 인사를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10월에는 젠슨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만나 AI 팩토리 구축,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AI-RAN 등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주도했다. 또 이날 초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AI 등 차세대 기술 기반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