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 속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성적표를 거뒀다. 매출은 창사 이래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분기 만에 '10조원 클럽'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번 실적은 인공지능(AI)시장 개화로 그간 경쟁사에 밀려 부진했던 반도체 사업이 살아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메모리 시장에서 최근 범용 제품들의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등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당분간 삼성전자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AI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2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갤럭시 확장현실(XR) 등 차별화된 기술과 혁신 제품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메모리 매출 사상 최대…HBM3E 엔비디아 납품
삼성전자는 30일 올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86조 1000억원, 영업이익 12조 20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8%, 32.4% 증가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집계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평균 증권가 전망치)는 매출 84조1312억원, 영업이익 10조1419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매출의 경우 전분기 대비 15% 증가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영업이익 역시 10조원 이상을 올린 것은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원) 이후 5분기 만이다.
이번 실적에 대해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HBM3E(5세대)와 서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 확대로 분기 최대 메모리 매출을 달성하며 전분기 대비 매출이 19% 증가했다"며 "특히 HBM3E는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고 HBM4도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게 출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바이스경험(DX)부문도 폴더블 신모델 출시 효과와 견조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등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11% 성장했다"며 "환율의 경우 전분기 대비 원화 강세로 달러 거래 비중이 높은 DS부문에서 소폭 부정적 영향이 있었으나 DX부문에서 일부 긍정적 영향이 발생해 전사 전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세부 실적을 살펴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3분기에 매출 33조 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1% 상승했다.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HBM3E 판매 확대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서버용 SSD 등의 수요 강세로 1년 전보다 20% 늘어난 26조 7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제품 가격 상승과 전분기 발생했던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면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시스템LSI(반도체 설계) 사업부는 주요 고객사의 프리미엄 라인업에 시스템온칩(SoC)을 안정적으로 공급했으나 시장 전반의 재고 조정과 계절적 수요 둔화로 실적은 정체됐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첨단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으며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은 3분기에 매출 48조 4000억원, 영업이익 3조 5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먼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 폴드7 의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다. 또 플래그십 제품의 매출 비중 확대와 태블릿·웨어러블 신제품 판매 증가로 견조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는 네오 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견조했으나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A사업부는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미국 관세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는 3분기에 매출 4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 호조와 전장 부문의 매출 확대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SDC) 3분기에 매출 8조 1000억원, 영업이익 1조 2000억원을 거뒀다. 중소형의 경우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견조한 수요와 신제품 출시 대응으로 판매가 확대되며 실적이 개선됐다. 대형은 퀀텀닷(QD)-OLED 게이밍 모니터 수요 확대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다.
내년 AI 수요 견조…HBM4 양산·테일러 팹 가동 박차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AI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DS, DX부문 모두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에는 HBM4의 수요가 증가돼 1c 캐파 확대를 통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DS부문의 경우 메모리 사업에서 D램은 AI 및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으로 HBM3E와 고용량 서버 DDR5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낸드도 고용량, 고성능 SSD 판매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시스템LSI는 프리미엄용 SoC와 이미지센서의 판매를 확대한다.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 탑재를 추진하고 이미지센서는 2억 화소 등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파운드리는 2나노 신제품과 HBM4 베이스다이 양산에 집중하며 미국 테일러 팹(Fab)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DX부문은 스마트폰 사업(MX)에서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을 통해 갤럭시S25 시리즈와 폴더블 등 AI폰 판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태블릿, 웨어러블 제품도 신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강화한다. 또한 최근 공개한 갤럭시 XR 등 혁신 제품을 통해 갤럭시 생태계를 강화하고 매출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VD는 프리미엄 및 대형 TV 중심으로 성수기 수요를 선점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마이크로 RGB 등으로 프리미엄 리더십을 강화하고 중저가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AI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추진한다. 또 냉난방공조(HVAC) 등 고부가 중심의 사업구조 개선에 속도낸다.
하만은 성수기 오디오 판매 확대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SDC는 중소형은 스마트폰 신제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른 응용 제품으로 판매를 확대한다. 또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8.6세대 IT OLED 신규 라인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AI 디바이스에 대응하는 차별화 기술과 폴더블 제품 완성도를 향상해 기술 격차를 확대할 방침이다.
대형의 경우 TV는 프리미엄 리더십을 유지하고 모니터는 제품 라인업 확대와 고객 다변화를 통해 시장에서 QD-OLED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2025년 연간 시설투자를 약 47조 4000억원 규모로 집행할 예정이다. 부문별로는 DS부문이 40조 9000억원, SDC가 3조 3000억원 수준이다. DS부문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첨단공정 전환 및 기존 라인 보완 투자에 집중하고 SDC는 기존 라인 보완 및 성능 향상을 위해 투자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