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했다. 취임 3년을 맞은 이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모빌리티 분야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테슬라, BYD 등 주요 완성차 업체의 경영진들과 잇따라 만나 파트너십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간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업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벤츠와 전장 협력 논의…삼성SDI·하만 추가 협력 기대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승지원에 칼레니우스 회장을 초대해 비공개 만찬을 갖고 전장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을 비롯해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하만 사장 등 전장 사업 관계사 경영진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승지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한 곳으로 현재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와 만날 때 사용되고 있다.
작년 2월에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승지원을 찾아 이 회장과 만찬 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정상 역할을 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승지원을 찾았다.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의 상징인 벤츠는 최근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력을 활용한 협력 시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 삼성SDI가 벤츠와 차세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할 경우 독일의 3대 프리미엄 완성차인 벤츠 △BMW △아우디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전장 자회사 하만 역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전장 솔루션을 공급 중인 만큼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사업 확대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하만은 벤츠의 고급 전기차 EQS 모델에 디지털 콕핏 시스템(MBUX)을 공급 중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의 자율주행 SoC(시스템온칩) 등 차량용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올레드(OLED)디스플레이 △삼성전기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분야에서도 협력이 기대된다.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테슬라 등 수주 성과 이어져
이 회장은 그간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성장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네트워크를 강화해 왔다. 먼저 2020년에는 정의선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삼성SDI 천안 사업장에 초청해 배터리 생산라인을 함께 돌아보면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양사간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2022년에는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는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만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2023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만나 협업 가능성을 모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에는 중국에서 BYD 본사를 방문해 주요 경영진을 만났으며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도 회동해 중국 전기차 업계의 유력 기업들과도 협업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이 쌓아올린 글로벌 네트워크와 삼성의 기술 경쟁력 향상은 첨단 전장 사업에서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유럽 시장에 판매될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테슬라와는 지난 7월 최신 자율주행 반도체인 AI6에 대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에서 이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삼성전기 역시 이 회장이 BYD 본사를 방문한 뒤 한 달여가 지난 올해 4월 BYD에 대한 대규모 MLCC 공급을 시작하는 성과를 올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2010년대부터 배터리를 필두로 전장 사업에 진출했으며 2016년 하만 인수를 계기로 전장 사업을 미래 동력의 한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삼성과 벤츠의 모빌리티 협업이 성사되면 전장 사업이 새 도약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