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끄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인력 감축은 한국 근로자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 기업의 동향이 한국의 선행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직종을 불문하고 미국과 같은 대규모 인력 감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준비가 필요하다. 류정혜 국가AI전략위원회 민간위원은 기업은 문화를 바꿔야 하고 개인은 AI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류 위원을 만나 한국의 기업과 근로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들었다.

기업 문화에 AI 스며들어야…크래프톤 'AI 퍼스트' 눈길
한국의 기업 중 'AI를 활용한다'고 말하는 곳도 걸음마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를 활용하거나 협업 플랫폼 노션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소프트웨어 'MS365'에 포함된 AI 기능을 쓰는 경우다. 이 정도 수준으로라도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한국 전체 기업 중에 소수다.
류 위원은 기업의 리더는 사내 문화 전반에 AI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차를 마시며 AI 활용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업무적으로 '어떤 AI를 이렇게 활용했더니 이런 점이 좋았다'거나 '이 AI는 이런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효율적이 않았다' 등의 경험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꼭 업무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재미로 AI를 활용한 경험도 좋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글로벌 기업은 이런 방식의 직원 AI 미팅을 하고 있다. 업무적으로 AI를 활용해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고과에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동기 부여를 할 수도 있다.
류 위원은 국내 게임 기업 크래프톤의 'AI 퍼스트(First)' 기업으로의 전환 선언을 주목했다. 크래프톤의 AI 퍼스트 전략은 △AI First 문화 정착 △업무 방식·조직 혁신 △새로운 도전·성장 기회 제공 등이 핵심이다. 크래프톤은 사내 플랫폼 'AI 러닝 허브(Learning Hub)'를 중심으로 AI 학습과 업무 도구 활용을 지원한다. 직원들은 AI를 실무에 적용한 사례와 노하우를 전사 공유한다. 회사는 'AI 라운드테이블(Roundtable)'과 'AI 해커톤(Hackathon)'을 운영해 실무 중심의 AI 활용 문화를 확산한다. 류 위원은 "크래프톤의 AI 퍼스트 선언을 보면 김창한 대표가 회사의 모든 곳에 AI 문화가 스며들길 바라는 것 같다"며 "이처럼 기업 문화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해야 기업과 직원 모두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도입을 원하는 기업은 자사의 데이터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챗GPT를 쓰는 것에서 나아가 AI가 기업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최적화된 AI 서비스를 직원들이 활용하면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면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정비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류 위원은 "다양한 형태로 여러 곳에 산재된 데이터들을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준비하는 것이 AI 도입의 첫걸음"이라며 "이 작업은 업무 과정을 재정의하는 것에 가까운 수준의 작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위원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AI전략위원회는 이처럼 기업들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을 검토하고 실행을 지원하는 대통령 직속 AI 최고 기구다. 류 위원은 산업생태계분과에서 활동하며 AI전환(AX)울 촉진할 수 있는 부처 차원의 과제를 발굴하고 기존 과제들을 점검한다. 위원회는 요즘 △공공 데이터 개방 △민간 데이터 활용 방안 △AI 교육 △AI 접근성 강화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안건들에 대한 과제들을 취합해 이달 중으로 위원장인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콘텐츠·의료 AX 주목
류 위원은 산업 AX 측면에서 보자면 문화 콘텐츠 및 의료 전문 기업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증명됐다. '오징어게임'을 필두로 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은 넷플릭스의 핵심 콘텐츠다. 최근 인기몰이를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소니픽처스가 제작했지만 등장하는 배경이 한국이다. 류 위원은 "문화 콘텐츠는 관광·뷰티·푸드 등의 산업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의료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의료 전문 기업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서비스에 AI를 접목한다면 선진국에 판매를 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선진국에서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게는 인도적 차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지원해줄 수도 있다. 류 위원은 "방대한 건강검진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의료 전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뇌출혈 가능성을 예측해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의 서비스를 더 많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위원은 <블로터> 주최로 이달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AI 클라우드 퓨처 서밋 2026'에서 'AI 대전환 시대, 기업의 재정의와 산업AX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기업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AX에 필요한 실무적인 행동 방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AI 클라우드 퓨처 서밋 2026의 주제는 'AI에이전트 인사이트:산업별 인공지능전환(AX) 혁신사례와 전략'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IBM·스노우플레이크·업스테이지·과실연을 비롯해 에스원·한글과컴퓨터·야놀자넥스트·영림원소프트랩·베스핀글로벌·금융보안원·하나은행·카카오뱅크·SK텔레콤 등의 기업 및 단체들이 각자의 AX전략을 소개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터> 홈페이지의 콘퍼런스 탭에서 확인할 수 있다.

